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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싸울 때 아니다”…플랫폼노동자 확대가 쟁점[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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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왼쪽)과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회관에서 ‘한·일 최저임금 제도 비교’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최근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해 극명하게 대비돼 왔다. 특히 특고, 플랫폼 등 비임금 노동자가 870만명 규모까지 커지면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은 국내에선 이제 시작 단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 보수는 받아야 한다는 ‘최소보수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임위에서도 최저임금 적용 확대 문제가 거론됐지만, 실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의 안건에는 오르지 못했다. 최임위는 이 문제를 올해 논의 과제로 넘겨 놓은 상태다. 올해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달 말까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과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을 지난 23일 만나 한·일 최저임금 제도와 플랫폼 노동자 보호 논의를 짚어봤다. 두 사람은 “차등 적용은 이제 한물 간 주제”라며 “이제는 최저임금 제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가 핵심 논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히려 임금 격차 줄이고 있다


-최근 야당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경영계도 일본을 ‘차등 임금’의 대표 사례로 언급하며 도입을 촉구해왔다.

오학수 : 일본의 최저임금은 크게 두 가지다. 지역별 최저임금과 산업별 최저임금이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인상 기준액(메야스)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47개 지방 최저임금심의회가 각 지역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지방을 A·B·C·D 네 개 랭크로 나눴다. 도쿄 같은 대도시는 A랭크, 먼 지방은 C나 D랭크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지역 격차를 확대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청년들이 시급이 높은 도쿄로 빠져나가면서 지방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3년부터 랭크를 4개에서 3개로 줄였다. 작년에는 A·B랭크보다 C랭크의 인상 권고액이 더 높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지방의 인상폭을 키우는 방식으로 지역 간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별 최저임금은 ‘특정 최저임금’으로 불린다. 각 지역의 특정 산업 노사가 신청하면 지방 차원에서 정한다. 2023년 기준 223개 산업별 최저임금이 있다. 이렇게 설정된 특정 최저임금은 반드시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야 하고, 지역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준이면 무효가 된다. 최근 지역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산업별 최저임금 가운데 절반 정도가 무효가 됐고, 이런 흐름은 더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산업별 최저임금의 유용성이 유효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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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역별 최저임금의 ‘최고액-최저액’ 격차는 2019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또 지역별 최저임금 중 가장 낮은 금액이 가장 높은 금액의 몇 퍼센트 수준인지 보여주는 ‘최저액/최고액’ 비율은 2014년 이후 상승해 지역 격차가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제공)


-한국에서 도입을 이야기하는 ‘차등 적용 확대’와는 다른 흐름이다.

오학수 : 그렇다.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 제도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 이상 유지돼온 제도다. 다만 최근 정책 방향은 격차를 유지하기보다 줄이는 쪽에 가깝다. 지역 간 임금 격차가 커지면 노동력이 도쿄 같은 대도시로 집중되고 지방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을 한국의 차등 적용 논쟁의 근거로 드는 것은 실제 제도 변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박정훈 : 일본의 산업별 최저임금도 최저임금보다 더 적게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임금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한국 최임위에서 논의되는 차등 적용은 택시·숙박업·일반음식점 같은 업종에 더 낮은 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일본 제도의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가세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쟁에만 매달리는 것은 생산적인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산업별 적정임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예를 들어 조선업처럼 원·하청 구조가 복잡하고 임금 격차가 큰 산업에서는 산업별 교섭을 통해 일정한 임금 기준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업 간 임금 덤핑 경쟁을 막고 산업 전체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쟁점은 ‘최저임금 밖’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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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회관에서 ‘한·일 최저임금 제도 비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노동계가 바라보는 올해 최저임금 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박정훈 : 지금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 노동의 확대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비임금 노동자’가 약 870만명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대부분 최저임금제의 보호 밖에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교섭력이 약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최소선을 정하는 제도인데, 지금은 그 제도 밖에 있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결국 최저임금 논의의 방향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건당 최저임금을 정하는 ‘도급제 최저임금’과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보수를 보장하는 ‘최저보수제’다.

-도급제 최저임금과 최저보수제가 각각 무엇인가.

박정훈 : 배달이나 대리운전처럼 건당으로 일하는 직종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정 시간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을 기준으로 건당 최소 보수를 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한 시간에 배달 몇 건을 수행하는지,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해 건당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플랫폼 노동에서는 노동 과정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이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이 노동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최저보수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보수를 보장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물 노동자에게 적용됐던 안전운임제다. 화물차 기사처럼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운임 기준을 정해주는 방식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가운데는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직종도 많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소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 밖 노동자 보호 첫발 뗀 양국


-일본에서도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보호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오학수 : 일본에서도 프리랜서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다. 그래서 2024년 11월 ‘프리랜서보호법’이 시행됐다.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길 때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도록 하고,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명확히 적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서면계약 없이 일을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일정이 앞당겨지거나 약속했던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절차적 문제를 줄이자는 취지다. 또 계약한 금액을 정해진 기한 안에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프리랜서도 직장 환경 개선이나 괴롭힘 예방 조치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기업의 의무라기보다는 노력의 성격이 강하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도 노동자 정의를 넓히기보다 별도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했는데, 그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박정훈 : 비슷한 면이 있다. 일본은 프리랜서법 시행 이후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일하는사람기본법에 노동자 권리에 관한 선언적인 내용은 많은데, 후속 입법이 안 나오면서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오학수 : 아직 그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없다. 아마 큰 변화는 거의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도 기본법이 생기면 그걸 근거로 요구를 쌓아갈 수 있다. 지금은 출발 단계라고 봐야 한다.

정부, 도급제 최저임금 연구용역 진행


-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같은 소득 보장 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박정훈 : 그래서 올해 논의가 중요하다. 노동부가 올해 최임위에 도급제 최저임금 관련 연구용역안을 가져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당 노동을 하는 직종에 대해 건당 임금 기준을 정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호주나 미국 뉴욕시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의 최저보수 기준을 정하는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교섭력이 약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있는 만큼,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올해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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