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 대문 페이지.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쓰여 있다. |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 문서 내용에 일부 왜곡·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한다면 나무위키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는 광주광역시 A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나무위키 운영사를 상대로 낸 게시글 삭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월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고교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같은 달 확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나무위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의 결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나무위키 ‘A고등학교’ 문서에는 2018년 학내 ‘스쿨미투’ 사건과 전 이사장의 교사 채용 비리, 교사 부당해고 의혹 등이 자세하게 담겼다. A고교 측은 이 문서가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학교 평판을 훼손했다며 나무위키에 삭제를 요구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2023년 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고교 측이 문제 삼은 대목 중 하나는 스쿨미투 관련 내용이었다. 이 학교는 스쿨미투 연루 교사 7명 가운데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6명에게 경징계를 내렸는데, 나무위키에는 무혐의 결정이 빠진 채 경징계 결정이 ‘무마’라고 적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악의적 목적이 뚜렷하고 공익성도 없는 등 ‘명백한 위법’이 아니라면, 일부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문서는 학교 운영의 부적절함이나 운영자의 도덕적 흠결을 지적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쓰였다”고 했다. 이어 “운영사가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게시물에 지나치게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나아가 “나무위키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작성·수정하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로, 경우에 따라 의혹 제기나 의견이 혼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 토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틀리거나 과장된 표현이 나오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해명과 반박을 통해 시정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하면 게시물의 위법성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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