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공업 압수수색 마친 경찰 |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14명의 사망자와 6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 노동 당국이 손주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영 책임자, 법인 등에 관한 처벌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2년 시행됐다.
따라서 경영 책임자의 사업장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가 처벌의 기준이 된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뿐만 아니라 실제 이행 여부도 관건인데, 현행법상 9가지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는 중처법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쏘시개로 지목된 공장 내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의 위험성은 참사 전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는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절차 마련, 점검 및 필요한 조치'와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이행 여부 점검' 사항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즉, 유해물질 제어·환기 시스템 관리의 실패로 덕트 내부에 유증기 외 기름 찌꺼기가 축적된 것을 예방 정비와 점검 체계의 부족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장에서 유해·위험 작업을 하는 종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포함하고 개선 조치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데, 노조는 사측이 이런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조사받고 떠나는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이사 |
노조 측은 "그간 산업안전보건 회의를 비롯한 실무회의에서 사측에 환경시설과 집진 설비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며 "특히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전 재직자도 "절삭유가 증기 형태로 작업장 전체에 퍼져 있어서 퇴근하고 나면 안경 렌즈에 기름막이 낄 정도였고 절삭유 냄새가 상시 남아 있었다"면서도 "환기나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실제 조치까지 이어지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1년에 서너번씩 공장에 작은 화재가 계속 있었다"며 "발생 2주 전에도 작은 불이 발생했고 관리자들이 직접 소화기로 불을 껐고 화재가 잦으면서 안전 불감증은 더욱 커졌다"고 사업장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최명기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현장에서 계속 위험성이 있었는데 개선되지 않았다면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종사자 의견 청취 또한 중요한데, 직원들이 유증기에 대해 사측에 많은 의견을 냈음에도 묵살당한 게 맞는다면 종사자 의견 청취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2층 휴게실의 불법 증축은 이 자체보다 실제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됐는지가 관건이다.
대덕구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원래 1개 층이던 공간을 2개 층으로 쪼개서 쓰다 보니 창문도 한편에만 있어 탈출구를 찾기 어렵고 연기도 잘 빠져나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틀째 이어지는 합동 감식 |
게다가 직원 서명으로만 안전교육을 대체했고 대피로 등에 대한 기본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직원들 증언이 사실이라면 대피로 확보나 대피 훈련 등에 대한 부분도 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
이는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조치 매뉴얼 마련 및 조치 여부 점검' 사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경영 책임자는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근로자 대피, 위험 요인 제거 등에 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고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화성 아리셀 참사 역시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구조를 변경하면서 화를 키웠다.
아리셀 대표의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비상구와 비상 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봤다.
손 대표의 중처법 및 대표·임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입건된 이들의 안전조치 의무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명기 교수는 "현장 작업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중처법이 만들어졌는데 법 시행 이후 4년이 지났음에도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중처법은 결국 서류상으로만 안전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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