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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한유럽상의 회장 “경영진 형사책임 가능성, 상당한 부담” [기업 성장 가두는 규제 그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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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반 후프 ECCK 회장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공동 인터뷰
“350개 회원사, 노란봉투법 불명확성에 우려”
폭넓은 형사보다 명확한 민사 중심 법책임 체계 필요성 제기
한-EU FTA 15년, 신산업 협력 확대 강조
헤럴드경제

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국은 뛰어난 기술 역량과 인프라, 인재를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장기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유럽 기업들의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후프 회장은 “법률의 취지 역시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법을 준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시행…“누가 사용자냐” 모호함에 회원사 우려 증폭
지난 3월 10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유럽 기업들은 향후 미칠 영향을 긴장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 후프 회장은 “ECCK의 약 350개 회원사는 한국의 노동 환경과 관련된 최근 동향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분쟁 사례나 공식적인 이의 제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일부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에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사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우려는 단체교섭에서 누가 교섭 상대방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모호성’이다. 반 후프 회장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유럽계 제조 및 유통 기업들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해 협력사들과 긴밀히 협업하는데, 개정 규정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부분이 일반적인 사업 협력 관계까지도 ‘실질적 지배’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모호성은 결국 경영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법적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유럽 본사 및 투자 심의 위원회 관점에서 한 국가의 노동법 체계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는지는 장기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법원의 판례를 통해 법적 해석이 명확해지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경우 그 기간 동안 한국이 일시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낮은 투자 환경으로 인식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ECCK는 정부가 명확하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부처와 소통할 전담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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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형사보다 민사 책임 비중 높여야 신뢰 제공”
급변하는 경영환경 전반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반 후프 회장은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책임 강화와 배임죄 제도 정비 사이의 불균형을 꼬집었다. 그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이사의 책임은 이미 한층 강화됐으나, 배임죄 관련 법적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여전히 입법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 같은 제도적 ‘시간 차’가 경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유럽 기업인들이 한국 법인장직을 기피한다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선 “단순히 한국 리더십 직책에 대한 기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영상 의사결정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형사 책임의 가능성은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총괄하는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폭넓은 형사 책임보다는 명확한 민사 책임 체계에 비중을 두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마련될 경우 기업 경영진에게 보다 높은 명확성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처벌 완화 등 고무적 진전”
반 후프 회장은 규제 개혁이 복잡하고 점진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의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자동차 배출가스 평균배출량 제도에서 제작자가 상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적용되는 제재를 형사 처벌에서 과징금 등 행정적 조치로 전환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도입되는 중대형 전기 화물차 보조금 제도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차량 보급이 실질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모두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정책 검토와 추가적인 보완 조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전기차 확산에 따른 자율주행, 사이버보안 등 새로운 규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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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EU FTA 15주년…“미래 산업 공조 강화해야”
올해로 발효 15주년을 맞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 후프 회장은 2024년 기준 EU의 대(對)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잔액이 500억유로를 돌파하고, 한국의 대(對)유럽 투자 역시 400억유로를 상회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두 지역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투자 파트너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로는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에 따른 첨단 기술 협력 ▷지난해 체결된 ‘한-EU 디지털 무역 협정’을 통한 안전한 데이터 흐름 보장 ▷인공지능(AI)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서의 공동 리더십 등을 꼽았다. 특히 기후 대응과 관련해 “EU의 그린딜과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 맞물리며 해상풍력, 수소 등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백서 발간…지속가능한 기업환경 조성에도 기여
ECCK는 올해도 변함없이 한국 정부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유럽 산업계의 정책 제안을 담은 백서를 준비 중이다. 반 후프 회장은 “오는 9월 발간을 목표로 올해 백서를 준비 중”이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외국인투자옴부즈만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이슈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지속가능성 활동을 실천하는 기업을 조명하는 ‘ECCK 지속가능성 시상식’ 등도 지속 추진한다. 그는 “최근 접수를 마감한 올해 시상 프로그램의 경우, 작년보다 신청 건수가 급증해 고무적“이라며 ”특히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분야에서 인상적인 지원 사례들이 다수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성 리더십 포럼, 미래 개발 포럼 등을 통해 한국 기업 문화의 발전과 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 후프 회장은 “앞으로도 ECCK는 한국과 유럽 간 경제 협력의 가교로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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