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까지 수사 범위 확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정유사들의 짬짜미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국내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검찰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고강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국제적 위기 상황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반사회적 중대 범죄'로 규정한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에 따라 검찰이 전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와 이들의 이익단체인 사단법인 대한석유협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수사의 시급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 관련 회계 자료와 내부 통신 기록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정유사는 국제 유가 변동 시기에 맞춰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을 임의로 올리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특히 검찰은 최근 전쟁 발발 이후의 시점뿐만 아니라, 과거 유가 변동성이 컸던 시기까지 수사 범위를 넓혀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짬짜미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는 유가 급등에 따른 민생 경제 타격을 막으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법조계는 분석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와 9일 긴급 메시지를 통해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을 엄단하라"며 정유업계의 담합 가능성을 정조준했다.
법무부 역시 기름값 담합을 '국민의 고통을 폭리의 기회로 삼는 범죄'로 규정하고 대검찰청에 엄정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 제품의 판매 가격 상한을 정하는 '석유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이번 압수수색은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검찰의 선제적 단속 의지로 읽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설탕과 밀가루 등 생필품을 비롯해 전기료 담합 사건 등 민생 직결 분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담합 행위는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며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유사 간의 구체적인 공모 정황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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