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경로 밝혀 영향력 제한
경영진-이사회 분리 등 제언도
"집행임원제, 지배구조 개선 방법
금융당국은 공정성·신뢰 회복을"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최성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대 한국상사판례학회장,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가 지난 20일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 5차 정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왕적 금융지주 회장의 이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차단하고, 사외이사의 책임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외부기관에 사실상 관여할 수 있는 구조로, 사외이사 추천인과 추천 경로를 공개하면 지주회장의 이사회 '참호 구축' 시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발표 예정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사외이사 역할 축소로 책임까지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과 영국 이사회처럼 지주 경영진이 배제된 사외이사간 회의를 의무화하고 공시를 하면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사외이사 추천 공개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회사 이사회 규율,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중심으로'를 주제로 제5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논의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지주 회장이 헤드헌터 등 외부기관의 사외이사 추천에 관여하면서 사외이사 선임 투명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추천인과 추천경로를 공개하거나 사외이사 선임을 현재의 톱다운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바꾸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찬성 거수기'로 비판받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내이사로 참여하는 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보라는 조언이다. 남 교수는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안건이) 거의 100% 통과되고 있다"면서 "사외이사 스스로가 독립성과 책임성을 의식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선임을 바텀업으로 하면서 자율성을 주고, 선임에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더 꼼꼼하게 만든 뒤 감독당국이 검사하고 주주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외이사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과 같이 금융지주 경영진이 배제된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정기화·의무화하는 것을 모범관행으로 만들라는 견해도 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진이 배제되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executive session'으로 영국계 은행들이 하는 좋은 모범관행"이라며 "이를 정기화, 의무화하기 힘들다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공시하도록 하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집합적 정합성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사외이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한 노력을 공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독당국 지배구조 '신뢰' 필요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을 지낸 최성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지배구조를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금감원이 마련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역시 형식적인 요건만 규정할 뿐, 현실에서 작동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 고문은 "디테일하게 규율하면 할수록 형식적으로 치우치게 될 것"이라며 "영국처럼 원칙적인, 선언적인 방법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되려면 감독당국의 지배구조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성찰도 나왔다. 금융위나 금감원 등이 신뢰를 얻어야 규율과 제도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고문은 "금융당국도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당국의 지배구조와 공정성, 전문성 등을 제고하는 방식과 연계해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면을 평가하고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영감시와 업무집행을 엄격히 구분하는 미국형 이사회 제도를 도입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집행임원제가 대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책 중 하나다. 현재 국내에서 집행임원제를 운영하는 기업은 KT, POSCO홀딩스 등에 극소수에 그친다.
정대 한국상사판례학회장은 "지주회장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한다는 '참호 구축'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며 "지금 같은 일치된 구조로는 지배구조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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