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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칼춤’ 아닌 ‘절제된 검무’를 기대하며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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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20∼21일 차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검찰은 10월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거악 척결’의 주역이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검찰 독재’란 오명을 쓰고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몰락에 이은 검찰의 종말이다. 검찰은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의 적절성을 따지기에 앞서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범여권이 “검찰이 78년 동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며 법안 처리의 정당성을 주장한 데 대해선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저 말대로면 검찰이 태생부터 문제였단 것인데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오히려 힘의 축이 검경을 오가며 ‘흑역사’가 반복돼왔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다가올 ‘수사권력 이동’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국회가 철저히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보완입법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일보

배민영 정치부 기자

검찰 이전에 경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때가 있었다. 박찬길 검사는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빨갱이’로 몰려 경찰에 체포·고문당한 뒤 재판도 없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개적으로 총살당했다. 체포된 지 하루 만이었다. 영화 ‘1987’로도 익히 알려졌듯 전두환 독재 때는 박종철 등 민주화 열사들이 경찰로부터 탄압받았다. 이때 경찰은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국민 사기도 쳤다. 최환 검사의 부검 지휘가 진상 규명에 기여했다.

불과 얼마 전인 12·3 불법 계엄 때는 경찰의 국회 봉쇄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야 했다.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의원들이 본회의에 출석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인간 병기’ 특전사 부대보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역사를 조금만 뒤져보면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벌써 “대법원장을 경찰관이 법왜곡죄로 수사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장이 떳떳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지적엔 수사권력 이동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뜻이 담긴 만큼 흘려들어선 안 된다. 한때 경찰에 시달렸던 진보진영 인사들이 경찰의 역할을 확대하는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 생경하기도 하다. 부디 이번 조치가 수사권력의 ‘망나니 칼춤’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절제된 검무’의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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