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 권도현 기자 |
대구시장 선거가 6·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당 지지율 17% 수준까지 주저앉은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에 휩싸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국민의힘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대구가 박빙 구도로 흐를 경우 전체 판세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향해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뛰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정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부겸만이 낙후된 대구 발전을 이끌어갈 확실한 필승 카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 당은 김 전 총리께 여러 차례 간곡히 삼고초려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에 부흥할 수 있게 김 전 총리께서 조속히 결단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으로 (출마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당에서 (나에게) 결단만 촉구하기보다 먼저 대구 발전을 위한 비전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지역 발전 공약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오는 29일쯤 국회에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일정은 당과의 조율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총리의 등판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 전 총리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 득표율 41.5%를 받은 저력이 있어서다. 2016년 총선에선 대구 수성갑에서 62.3%의 득표율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꺾고 당선됐다. 국민의힘 한 대구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대구가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인 데다 여러 해결되지 않은 숙원 사업들이 있어서 정부가 김 전 총리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 보내면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공천 문제를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날 대구시장 후보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틀째 반발을 이어갔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원칙 없는 공천을 방치하는 대표라면 그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관위가 결정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저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 컷오프와 관련해 “공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재건을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을 컷오프 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반발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다른 대구 지역 의원은 “상위권 두 후보가 배제돼 당혹스럽고 상대가 상당한 득표가 예상되는 김 전 총리라서 더 그렇다”며 “이 위원장의 감정적 결정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대구 지역 의원은 “옛날 같으면 공천에 반발하는 사람이 무소속으로 나오더라도 당락에 영향을 못 미쳤는데, 지금은 당에 대한 지역 정서가 너무 안 좋은 상태라 굉장히 걱정된다”며 “이 상태로 쭉 간다면 시장뿐 아니라 시·구의원 선거까지 역대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역에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게 더 큰 문제는 대구가 박빙 구도로 흐르면 전국적인 선거운동 자체가 마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지는 것으로 나오면 당은 서울이니 부산이니 할 것 없이 일단 대구 사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대구마저 국민의힘을 보수정당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여론이 확산하면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김해 |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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