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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하루 원유 1100만 배럴 부족…“오일쇼크·우크라전 합친만큼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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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쟁 장기화에 유가 고공행진
환율도 1517원으로 17년만에 최고
에너지 위기 최악상황으로 번질수도
동아일보

중동 지역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2026.03.06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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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분쟁 불확실성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국제 유가 선물이 표시되어 있다. 2026.3.23 ⓒ 뉴스1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자 원-달러 환율이 23일 1510원을 넘어섰다.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석유를 살 때 지급해야 하는 달러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상승한다는 공식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한 종전이나 휴전이 아닌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더 큰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자칫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에 육박하는 충격을 주며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환율 1500원-유가 100달러 뉴노멀 국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3원 오른 1504.9원에 개장한 뒤 상승 폭을 점차 키웠다. 오후 3시 반 기준 주간 거래 종가는 1517.3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6.7원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다. 원-달러 환율은 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유가 급등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한국 시간 23일 오전 7시 기준 배럴당 100.5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3% 오르며 거래를 시작했다. WTI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닷새간 군사 공격을 유예한다고 발표한 직후 84달러대까지 급락했지만, 불안정성이 워낙 커 언제라도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1.4% 오른 배럴당 113.76달러에 출발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유예 발표 전까지 WTI는 50%, 브렌트유는 57% 올랐다.

문제는 국제 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CNBC방송은 2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태에서 세계 경제가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앞으로 약 2주”라고 했다. 국제 유가도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4분기(10~12월)까지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CNN은 “이란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1970년대 석유 파동을 뛰어넘는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는 ‘뉴노멀’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 폭도 유독 크다”고 분석했다.

● “종전돼도 정상화에 4개월 걸릴 것”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예상보다 큰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국제 유가 급등과 고환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1차 오일쇼크 때 국제 유가가 4배가량 폭등하자 1974년 한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24.3%로 치솟았다.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의 물가 상승률도 28.7%였다. 당시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커지고 체력도 강해졌지만, 세계 경제와의 동조화는 오히려 강해져 파장을 쉽게 예측하긴 어렵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2일 연설에서 “이번 위기는 과거 오일쇼크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당장 끝나도 에너지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내일 당장 싸움을 멈추는 데 합의해도 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4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전쟁 국면이 다시 급변하면 원유값도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있다.

충격에 빠진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는 23일 전 거래일 대비 6.49%(375.45포인트) 하락한 5,405.75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 투자가가 3조8173억 원, 외국인은 3조6751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5.56%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48%), 대만 자취안지수(―2.45%) 등도 하락 마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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