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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제도가 ‘기본권 최후 보루’로 뿌리내리려면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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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해야 제기할 수 있다. 재심이라는 좁은 문만 열려 있던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이 이제 새로운 통로를 얻은 셈이다. 제도 도입 자체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첫 번째 요건인 ‘헌재 결정’의 범위부터 불분명하다.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세법 관련 갈등 사례를 염두에 둔 규정으로 볼 수도 있으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처럼 법률의 효력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게 아닌 일반 결정례까지 포함한다면 헌재의 결정이 대법원 판례에 우선한다고 읽힐 수도 있다.

두 번째 요건도 마찬가지다. 적법한 절차를 어느 정도 위반해야 요건을 충족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인 이상 사실상 모든 절차 위반이 요건에 포섭될 여지가 있다. 절차 위반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 자체가 잘못이라는 취지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헌재의 절차 해석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가질 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섣불리 단언하기 어렵다. 소송 실무 전반에 걸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요건과 관련해서는 각하 판단의 구조 자체가 역설적이다. 제기 후 30일 내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면 각하할 수 있다고 하나, 이 규정에 따라 각하하기 위해서는 ‘명백하지 않음이 명백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명백성 판단이 실질적으로는 본안 심리에 준하는 검토를 요구할 수 있음에도 기록의 일부만 가지고 30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요구가 아니다.

불분명한 요건의 정비와 제소 기간의 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다

30일에 그친 제소 기간도 되짚을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은 선고한 날 확정되지만, 판결문은 그 이후에 송달된다. 헌법소원에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만큼 대리인 선임부터 기록 검토와 신청서 작성까지 30일 안에 마쳐야 한다는 것은 촉박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판결문을 받아 읽기도 전에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면 권리 구제의 실효성은 처음부터 반감될 수 있다. 권리 구제의 문을 넓히면서 정작 그 문을 두드릴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심과의 관계에서도 고려할 점이 있다. 민사 재심은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 내 제기해야 하는데, 재판소원을 할 정도의 사안이면 재심 사유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재판소원과 재심을 동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재판소원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제도의 진면목은 결국 쌓여가는 사례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새 제도가 기본권 구제라는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게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세계일보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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