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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파병 청구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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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공습 이후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그 여파가 한반도까지 손을 뻗었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청구서가 날아오면서 국내 정치권은 국익과 동맹을 놓고 손익 계산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 사항이 연일 바뀌면서 정치권에서도 그의 입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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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군함을 보내 해협을 보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등을 콕 집어 언급했다.

막무가내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바닷길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하루에만 약 2100만배럴의 원유를 실어 나르는 주요 에너지 공급 통로다.

공습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았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자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동맹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 요청 대상국이 7개로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나서서 ‘자신들의 영토(own territory)’를 보호해야 한다. 그들이 에너지를 얻는 곳인 만큼 사실상 그들의 영토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에는 미군이 수만명 단위로 주둔 중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파병 명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을 요청한 대부분의 국가, 중국은 당연히 거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영국과 프랑스, 일본조차도 부정적 입장이 팽배한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이 그날그날 바뀌고 있다. 오늘은 아무런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미국 혼자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장관들도 즉답을 피했다. 지난 17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공식·비공식 파병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맹국에 군함 요청하더니 ‘번복, 또 번복’
종잡을 수 없는 심기 “트럼프가 왜 이럴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맹국을 향해 “미국이 보호해 줬으니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하라”라고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나토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의 지원도 필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이튿날에는 또다시 “이른바 해협이라고 부르는 곳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해협을 책임지도록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그렇게 되면 반응이 없던 우리의 동맹국 중 몇몇은 아주 빠르게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라며 다시 압박하는 노선으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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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뉴시스


현지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전쟁으로 미국이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추산되는 전쟁 비용만 약 18조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는 마치 갑이 을에게 지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트럼프는 초조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야는 파병 결정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지만 조금씩 이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신중론을 내세우면서도 파병을 일종의 외교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 의원은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우리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며 “동맹의 이름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강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번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로우키로 대응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트럼프는 예측보다는 반응이 중요하다. 그 반응에 조급하게 대응하면 우리를 집중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며 “지목을 받은 국가들과 함께 (문제를) 유엔(UN)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켜줬잖아” 높아지는 압박 수위
국익과 동맹 사이 난감한 정치권


다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봉쇄가 길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군함을 안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겠지만 국제 정세와 환율, 관세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라. 미국한테 다른 나라들이 못 견딘다”며 “(파병 요청 검토는) 미국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파병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호르무즈 파병을 경제와 안보 자산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군사·경제·통상을 결합한 ‘패키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병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는 경제·통상 분야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명시적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 자주국방을 넘어 군사적 수단과 물리적 역량을 확보하는 자강 안보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선제적으로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를 선언해야 안보 등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정훈 의원 역시 “지금은 파병이 곧 국익”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가 나온 직후 청와대에서는 일본 등 주변국의 동태를 살핀 뒤 대응 방향을 설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이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을 향한 트럼프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험대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서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대응할 것인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며 “거기에 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는 지난 19일 미일 정상회담은 (호르무즈 해협 파견의) 기준치를 정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예상했다.

<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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