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LPG 가스 대리점 |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에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중동산 연료 의존도가 높은 남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최근 조리용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영업을 중단한 음식점과 호텔이 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 LPG 소비국으로 지난해 조리용 LPG 3천315만t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수입량은 전체 수요의 60%를 차지했으며, 이 중 9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에너지 교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LPG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 인도 전체 식당의 5%가량이 영업을 중단했고 경제 중심지인 서부 뭄바이 인근 나비 뭄바이 지역과 라이가드 지역에서는 전체 호텔의 20%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스를 많이 쓰는 튀김뿐만 아니라 오래 끓여야 하는 카레나 면 요리 등을 메뉴에서 아예 빼는 식당도 잇따르고 있다.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가정집에서도 조리용 LPG 공급이 부족해 제대로 음식을 해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 시골에 사는 주부 바비타 시바다산은 "LPG 공급 대리점이 1주일 동안 구매 예약을 받지 않았다"면서 반쯤 남은 LPG 가스통을 아껴 쓰다가 장작으로 요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LPG 공급 부족으로 가스통을 훔치거나 LPG 대리점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인도 온라인쇼핑 빅바스켓은 LPG 대신 전기를 쓰는 인덕션 판매량이 평소의 30배 수준으로 폭증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3억3천300만 가구에 공급되는 LPG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사에 생산량을 늘리라고 명령하는 비상 권한을 발동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2차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란 정부는 인도 LPG 운반선 2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LPG 공급 부족으로 문 닫은 인도 벵갈루루 음식점 |
이웃국인 파키스탄도 연료 수급난이 악화하자 대대적인 긴축 조치를 시행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은행을 제외한 정부 기관은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직원 절반가량은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버스 등을 제외한 전체 공용 차량의 60%가 운행을 중단했고, 학교도 2주 동안 휴교하기로 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의 LPG 비축량은 9일분뿐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LPG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 공급을 줄이고 개인 소비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도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파키스탄처럼 주4일 근무제를 최근 도입했다.
모든 정부 기관은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하는 주4일 근무제를 지난 18일부터 무기한으로 시행했다.
원유 전부를 수입해서 쓰는 스리랑카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 재고량이 6주가량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만약 연료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방글라데시는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고,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실내 온도를 25도 이하로 낮추지 못하게 했다.
앞서 방글라데시에서는 휘발유 등을 미리 쌓아두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연료 구매 상한제도 시행됐다.
1억7천만명이 사는 방글라데시는 석유와 가스 수요의 95%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다른 남아시아 국가인 몰디브와 네팔도 취사용 LPG 공급을 제한하고, 전기레인지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시아 국가들의 비상조치에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강도 높게 공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망상에서 나온 협박에 우리는 전장에서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는 한 달 사이 50% 넘게 올라 배럴당 110달러(약 16만5천5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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