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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위험” vs “핵잠 확답” 파병 논쟁…세계는 트럼프에 냉담[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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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목숨 위험” vs “핵잠 확답 받자”
선(맥락들): 이라크전보다 “명분 없는 전쟁”
면(관점들): ‘일방주의’ 트럼프에 적응한 세계
경향신문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 의원실 제공·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요구에 호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파병을 조건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안보상 이익을 챙기자는 건데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장병들이 위험해질 거라며 “본인들 먼저 자녀와 함께 자원하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과거 한국은 미국의 요청에 전략적인 이유로 파병을 결정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트럼프 시대’라는 불확실성을 맞닥뜨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국익을 위한 길일까요? 점선면이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목숨 위험” vs “핵잠 확답 받자”


파병에 반대하는 측은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장병들의 안전을 들었습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해로가 협소해 한국의 어떤 이지스함이 들어가도 방어가 쉽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일단 교전이 벌어지면 “장병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이라크 무장단체가 파병 보복으로 김선일씨를 살해한 사건처럼 교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고요.

파병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군사·경제·통상을 결합한 패키지 방식”이라며 “적극적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명시적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수영·조정훈 의원은 굳건한 한미동맹이 국익이라고 주장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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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항만 당국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라크 바스라 인근 영해에서 외국 유조선 두 척을 겨냥한 신원 미상의 공격 이후 화재가 발생해, 이라크산 연료유를 운반하던 외국 유조선이 피해를 입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맥락들): 이라크전보다 “명분 없는 전쟁”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이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해 둘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파병을 압박하며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란의 전략적인 호르무즈 봉쇄와 끈질긴 저항이 먹혀들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소해함(기뢰제거함), 해안의 적 타격 등은 봉쇄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입니다.

진짜 목표는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앞서 ‘명분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2003년 이라크 전쟁조차 그 배경엔 미국민들이 아랍 세계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 2001년 9·11 테러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공격의 이유로 주장한 “임박한 위협”은 지지층 내에서도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전쟁 비용 부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쟁을 길게 끌기보다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고, 뒤처리는 동맹에 맡기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를 이용하는 다른 국가들이 경비하고 치안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는데요. 전쟁의 비용을 동맹에 전가하고 발을 빼겠다는 겁니다.

2020년 호르무즈 호위연합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한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유조선 피격사건 등으로 긴장이 높아지자 동맹국에 민간선박 보호 호위연합 참여를 요청했는데요.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참여가 이어지자 압박을 느낀 한국과 일본은 독자 활동 형태로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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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면(관점들): 트럼프에 적응한 세계


그러나 트럼프 정부 2기, 각국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7일 파병 요구에 대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고, 일본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동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힘을 이용해 상호 의존 관계를 무기화하고 동맹국을 압박해왔다”며 “이를 남용한 탓에 세계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더 강한 압박과 변덕에는 명분을 쥐어주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7개국은 19일 공동성명을 내 “이란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는데요. 군함을 포함해 군사적 자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동맹국들의 제스처”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대응은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SNS 파병 요청을 ‘공식 요청’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지난 20일에는 7개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동참했습니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친구”라며 “윤석열 대통령이었다면 즉각 파병 요청에 응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빴다’며 동맹일수록 더 높은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라크 파병 당시 한국은 전후 재건 사업과 한미 관계 안정이라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명확한 대가도 알 수 없고요. 불확실한 협상 이익을 얻는 대신 장병·교민들의 목숨이 걸린 안보 리스크를 얻는 것, 그게 과연 국익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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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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