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유 운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이 일부 선박에 고가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현지 시간) 아나돌루통신과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알라딘 보루제르디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은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47년 만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주권 개념’을 확립했다”면서 “특정 선박에는 통행료로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이미 시행됐다고도 덧붙였다.
보루제르디 위원은 이러한 변화가 “이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에는 대가가 따르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48시간 내 재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이 이란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 하루 만에 파괴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으로 유일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도부 일각에서는 전쟁 이후에도 배타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려는 구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마예 라피에이 이란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들이 통행료와 세금을 내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새로운 의정서 작성을 제안했다.
해협 통과에 통행료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터키의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이 꼽힌다. 매년 3만 8000척의 상선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1936년 스위스 몽트뢰에서 체결된 국제협약에 근거해 통과 상선들에 지난해 기준 순톤(net ton)당 5.83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이러한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호르무즈 해협 내 ‘대체 항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소수 선박들은 이전보다 더 긴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정보 업체 윈드워드의 미셸 비제 보크만 분석가는 “이란의 통제로 배들이 국제 항로를 통과하는 대신 이란 해안선을 따라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많은 배들은 자동식별시스템(AIS)를 끈 채 위협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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