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리스크 부각 우려…사업성 고려 전망
2531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작년에 추정한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다. 정부가 공공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을 강화하면서 LH의 역할과 부담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LH는 올해 5만2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착공할 계획이고, 최근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7조9000억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를 계획했다.
LH는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만큼 건설경기 회복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과중한 재무 부담을 앞으로 더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받는다.
"공공주택 5.1만가구"…더 커진 돈 걱정
LH가 올해 계획한 공사·용역 발주 규모는 17조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사업은 68%에 달한다. 특히 이번 발주계획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수도권에 대규모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LH 전체 계획의 71%에 해당하는 약 12조8000억원이 수도권 및 남양주왕숙·인천계양·고양창릉·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에 집중했다.
수도권 외 지역(지방)의 경우 전체의 29%인 약 5조1000억원을 발주하고 대구연호·아산탕정2·전북장수 등 지방 공공주택과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성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건설경기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조경숙 LH 사장 직무대행은 발주 규모를 밝히면서 "공공주택 5만2000가구 착공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고, 침체된 건설시장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발주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LH는 직접 주택 건설사업을 확대하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여 충분한 주택이 조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발주 계획을 이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맞춰 양적 공급에 집중하면 재무 건전성이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LH는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도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9·7 대책 이후 변화된 기조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며 수익을 챙기는 사업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기조가 공공주도의 공급으로 돌아서면서 공공택지 조성을 토지매각으로 회수하는 모델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부채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캐시카우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정부지원 불가피·선별 공급 가능성
LH의 재무 상태는 그렇지 않아도 악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작년 상반기 매출은 6조8336억원, 영업손실은 4277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8.6% 감소했고 557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관련기사: LH, 상반기 4천억대 영업손…흔들리는 '본령' 주거복지(2025년 11월6일)
LH의 '추정포괄손익계산서'를 보면 이 기관은 올해도 영업손실이 2531억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치를 적자로 제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상반기 손실이 컸던 작년에 이미 LH 통합 출범 후 첫 연간 적자(영업손실)를 냈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부채 규모도 2023년 152조8473억원에서 2024년 말 160조1055억원, 2025년 상반기 165조2056억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채원부'를 보면 특히 LH는 올들어 자금조달용 구조화 채권을 7회에 걸쳐 8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LH는 '사업구조 및 회계상 특징 탓에 일시적으로 재무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사업구조가 선투자-후회수 방식이고 임대주택 보증금 등도 회계상 부채로 분류하는 까닭에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는 2030년 무렵이 되면 사업비를 회수하는 시기가 도래하므로 감소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조화 채권은 2024년 1조1000억원, 2025년 4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이번 발행의 경우 9·7 대책이나 1·29 대책 관련해서 추가로 추진된 게 아니라 기존에 추진하던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일부 지방 공공택지 조성을 위해 이미 계획됐던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통상 하반기에 실적이 몰리는 만큼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경우 정부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 LH가 사업성을 따져 '선별적 공급'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새로운 공급대책이 이행될 때 필요한 사업비는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재정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재무적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발표한 공급대책 기조에 LH가 맞추기는 하겠지만 이 기관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모 조정 등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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