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 인하 제도 관련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부가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건강보험 약값의 사후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히 약값을 깎는 것이 아니라 제각각이었던 조정 시기를 정례화해 제약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의료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약값 조정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현재는 약의 적응증이 추가되거나 급여 범위가 확대되는 등 사용 범위가 넓어질 때마다 수시로 약값이 인하돼 왔다. 또한 건강보험 청구량이 전년보다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날 경우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내리는 사용량 약가 연동 제도 역시 품목별로 시기가 달랐다.
앞으로는 이런 사후관리 조정 시기를 매년 4월과 10월, 연 2회로 일원화한다. 이는 사용량이 늘어난 약에 대해 사용량 약가 연동 원칙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가격 반영은 정해진 시기에 맞춰 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약국이나 병원 등 일선 현장에서 약값 변동으로 인해 겪는 반품 및 정산 혼선을 막기 위해 인하 시행 전 최소 1개월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이 약을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지급하는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도 개편된다.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직권 인하를 시장 경쟁과 연계한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민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적용되는 장려금 지급률을 기존 20%에서 35%로 상향 조정한다. 이는 민간 의료기관이 적정한 가격에 약을 구매하도록 유도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임상적 유용성을 다시 따져보는 급여 적정성 재평가 체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재정 영향이 큰 약제를 우선하던 방식에서 해외 주요국에서 재평가에 착수했거나 기존 약효와 상충하는 새로운 데이터가 발표된 경우 등 재검토 필요성이 뚜렷한 약제를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제외하거나 본인 부담률을 조정하는 선별급여를 적용하는 등 후속 조치도 간소화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3년에서 5년 주기로 성분별 품목 수와 시장 구조, 주요국 약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약값을 조정하는 기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프랑스나 스위스처럼 체계적인 총괄 목표를 가지고 약제비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퇴장방지의약품이나 저가 의약품, 희귀의약품, 그리고 수급 불안정으로 최근 5년 이내에 약값이 인상된 의약품 등은 이 조정 대상에서 제외해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한다.
한편, 제약업계의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의약품 가격은 빈번하게 변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부터 7년간 등재된 의약품 2만5천여 개를 분석한 결과, 1년에 여러 번 가격이 조정된 소위 빈번한 약가 인하 대상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약 52.7%의 약제는 7년간 최소 한 번 이상 가격이 변동했으나 이 중 97.4%는 변동 횟수가 1회에서 3회에 그쳤다.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비정기적인 대규모 재평가 등으로 인해 수천 개 품목의 가격이 일시에 바뀌면서 생기는 체감 효과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제약사가 안정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합리적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방안 중 급여 적정성 재평가 개편과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 착수는 2026년부터 시작되며, 실시 주기 정례화와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도입 등 주요 과제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sh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