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암호자산과 주식 간의 관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투자자 입장에서 암호자산과 주식은 명확히 구분되는 시장이 아니다. 동일한 투자자금이 상황에 따라 주식시장과 암호자산 시장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기대수익률과 위험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질 뿐이다. 즉, 두 자산은 실질적으로 대체관계에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세제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장주식의 경우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이 과세되는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몇 년 전 금융투자소득 과세(금투세)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는 연기 수준을 넘어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호자산에 대해서만 별도의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동일한 경제적 성격을 가진 투자대상에 대해 한쪽은 비과세, 다른 한쪽은 과세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암호자산 과세는 금융투자소득 과세와 같이 진행돼야 한다.
주식에는 금투세 폐지로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과세가 되지 않은데 코인에는 내년부터 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과세가 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조항(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송 원내대표 외에 국민의힘 이종욱서지영박성훈최수진곽규택박준태김미애이달희김건성일종유상범 의원 등 11명이 참여했다.(자료=국민의힘, 재정경제부, 국세청) |
둘째, 과세 방식의 문제다. 현재 논의되는 암호자산 과세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암호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일회성 소득이 아니라 자산의 매매를 통해 발생하는 전형적인 양도소득에 해당한다.
암호자산 관련 소득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이유는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IC)에서 재고자산이 아닌 암호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 과세로 분류된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고 해서 이를 우리 소득세법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회계적으로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것이 어색한 분류다. 소득세법상으로는 일반적인 금융자산처럼 양도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 논의로 들어가면 공제 한도의 격차도 주식과 암호자산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당초 금투세 논의 당시 주식은 연간 5000만원까지 공제 혜택을 주려 했던 반면, 암호자산은 고작 250만원의 공제 한도만을 설정하고 있다.
동일한 자본 이득임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거액의 이익까지 보호하고, 다른 한쪽은 미미한 이익부터 세금을 매기는 구조는 과세형평에 부합하지 않는다. 암호자산 과세는 반드시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특히 현행과 같은 기타소득 과세 방식은 이월결손금 반영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기타소득과세는 이월결손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돼 있다. 투자는 이익과 손실이 반복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구조는 납세자의 담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특정 연도에 큰 손실을 보고 다음 연도에 일부 이익을 회복한 경우, 전체적으로는 손실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면서도 이월된 손실에 대하여는 모른체 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과세 체계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암호자산 과세를 도입한다면 최소한 양도소득 과세 체계로 편입해 이월결손금 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세 자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제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사진=챗GPT) |
셋째, 과세 인프라와 기술적 준비 수준의 문제다. 현재 암호자산 시장은 중앙화 된 거래소(CEX)뿐만 아니라 개인 간 거래(P2P), 해외 거래소 이용 그리고 탈중앙화 거래소(DEX)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돼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거래의 포착, 소득의 정확한 산정, 과세 자료의 확보가 쉽지 않은 시장이 존재한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거래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과세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과세당국이 거래 내역을 자동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포착 능력이 현저히 제한된다. 여기에 더해 개인 간 거래의 경우에는 거래가격 자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도 존재한다.
이처럼 거래 유형에 따라 과세 가능성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에 비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P2P 거래를 통해 취득한 암호자산을 DEX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과세당국의 포착 범위 밖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거래소에서만 거래하는 성실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세는 ‘포착 가능한 소득만 과세한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하게 과세한다’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 따라서 과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과세 대상이 되는 다양한 거래 유형 전반에 대해 실효성 있는 과세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입법자가 과세 제도를 입안하고 시행 후 예측하지 못했던 거래가 나타난 경우는 차츰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과세의 사각지대인 시장과 그 시장에 기술적인 문제로 과세하지 못함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과세 형평이라는 측면에 비춰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기술적·제도적 준비가 미흡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며 과세 도입은 그 이후의 문제다.
결국 현재의 암호자산 과세 논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다. 둘째는 기타소득이 아닌 양도소득 과세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이다. 셋째는 과세 인프라와 기술적 준비 수준의 부족 문제다.
암호자산 과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조세는 단순히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과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하지 않은 과세, 준비되지 않은 과세는 시장을 왜곡하고 납세자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과세 도입이 아니라 일관된 과세 원칙과 충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춘 이후의 신중한 접근이다.
암호자산 과세는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