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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에 오일미스트 떠다녀…언제 터질지 몰랐다” 퇴직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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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17분께 대전광역시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무인소방로봇이 투입되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2026.03.20.[대전=뉴시스]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는 불법 증축과 취약한 안전 관리가 맞물려 벌어진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견된 헬스장은 불법으로 증축한 공간인 탓에 대피로도 없었고,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가열성 물질을 부실하게 관리해온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4명 가운데 10명이 휴게공간과 그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공장은 2층과 3층 사이에 복층 공간인 ‘2.5층’을 불법으로 만들었고, 이 공간은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헬스장으로 쓰였다. 이 복층 공간에서 화재 당일인 20일 오후 11시경 실종자 1명이 처음 발견됐고, 이어 다음 날 0시 19분경 9명이 추가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불법 증축된 이 공간이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피가 어려워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인 탓에 창문은 한쪽에만 있었고 크기도 작았다. 소방 관계자는 “연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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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6.03.22. [대전=뉴시스]


연기가 빠르게 찼지만 별다른 대피로도 없었기 때문에 희생자들은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작은 창문 쪽으로 달려 갔던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은 “9명 모두 3층 헬스장 창가에 몰려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 역시 “헬스장의 경우 창문이 옆 건물과 마주하고 있어 소방차의 접근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희생자들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주변에서 발견됐다. 21일 낮 12시 10분경 1층 남자화장실에서 1명이 발견됐고, 이어 오후 4시 10분경 2층 물탱크실 입구 쪽에서 마지막 실종자 3명의 상태가 확인됐다.

또 화재 당시 대전시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에는 불꽃이 발생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공장 전체가 연기로 뒤덮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처럼 화재 확산 속도가 빨랐던 것은 절삭유와 유증기 등 인화성 물질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방 당국은 인화성 물질 관리가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공장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천장 등에 기름때가 많이 묻어 있던 상태”라며 “기름때가 많이 낀 배관 등을 따라 순식간에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과거 공장 직원들을 문진하기 위해 이 공장을 방문했던 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현장이 유증기로 뿌옇고 책상 등에 오일이 떨어져 닦지 않으면 문진표에 시커멓게 묻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퇴직자들의 증언 역시 비슷했다. 2023년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안전공업 퇴직자로 소개한 작성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현장에 날리는 오일미스트(미세 기름입자)의 불안감에 퇴사함”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는 2023년 6월에도 용접기에서 튄 불티가 쌓인 분진에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건물 외장재인 샌드위치 패널 역시 화재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공장은 화재에 1시간가량 버틸 수 있는 난연 2급 패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난연 2급 자재라도 대형 화재에서는 가연물처럼 작용해 유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다”며 “불법 복층 구조와 가연 물질로 가득했던 공장, 샌드위치 패널이 겹치며 피해가 커진 전형적인 인재”라고 지적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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