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호 사건’인 시리아 국적자의 강제퇴거 판결 취소 사건은 청구 적법요건 미비로 각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헌재는 사건 폭증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막고 바람직한 사전심사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사전심사 요건 강화와 재판관 증원안을 논의했다.
'사법개혁 3법'의 공포로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어 '재판취소' 사건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지정재판부는 이번주 초 재판관 평의를 열고 일부 재판소원 사건의 본안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는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청구가 적법 요건을 갖췄는지 사전 심사한 뒤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면 본안 심리 없이 각하한다. 청구 30일 안에 각하 결정이 없을 경우 본안에 회부된 것으로 간주한다. 제도 시행 이후 18일까지 헌재에는 107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재판소원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모하메드(가명)씨 측이 대법원의 강제퇴거 판결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낸 청구다. 다만 1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뒤 두 달가량 지나 재판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에 요건에 맞지 않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보고 사건 부담을 막기 위한 사전심사 제도 설계에 착수했다. 제도 시행 초기 몇 달간 사전심사에서 걸러지는 사건의 기준과 비율이 향후 재판소원 제도 안착 여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가 주최한 재판소원·사전심사제도 관련 내부 발표회에서 헌법연구관 출신 김진한 변호사는 촘촘한 사전심사를 통한 사건 부담 경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사건 부담을 덜기 위해 꾸린 ‘벤다 위원회’를 선례로 들었다. 위원회는 재판관 3인 소부에서 담당하던 사전심사를 보다 정당성을 높은 8인 전원재판부에서 맡는 개혁안을 내놨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중요 사건’만 선별해 심판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사건선별 제도’를 참고해 전원재판부가 중요한 헌법해석과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광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런 식의 사건 선별은 매우 정치적이거나 자의적인 재판 거부로 비칠 위험이 크다”며 재판관 수를 현행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재판관 3명인 지정재판부를 총 5명으로 재편하고 사전심사 단계에서 명백히 이유 없는 헌법소원은 각하뿐 아니라 기각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헌법은 재판관 수를 9명으로 규정해 재판관 증원을 위해선 개헌이 필수다.
홍윤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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