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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 트래블]'반값'은 관광객에게, 7할 부담은 지역에…'소멸지역 지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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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지역사랑 휴가지원' 상반기 16곳 선정
강진은 시스템으로 운영, 타 지역은 인력·인프라·일정부터 불안
이 대통령 언급 뒤 정책 확산 속도…현장에선 "이름 같아도 출발선 다르다"
정부가 소멸지역을 살리겠다며 내놓은 '반값여행'이, 정작 소멸지역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울 전망이다. 2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은 여행객에게 경비의 절반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상반기 16개 지역을 먼저 선정했고, 하반기 4곳을 추가해 모두 20개 지역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 사업을 65억원 예산을 투입하는 신규 사업으로 잡았다. 관광객은 반값을 받지만, 현장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숫자는 따로 있다. 국비 3:지방비 7. 국가사업이라면서 계산서의 더 큰 몫은 지역에 건네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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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강진만생태공원 전경. 강진을 찾는 여행객의 경비를 지역화폐로 환급해주는 '강진 반값여행'은 1인당 3만원 이상 소비 시 최대 10만원, 2인 이상 팀은 5만원 이상 소비 시 최대 20만원까지 돌려주는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관광정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강진군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진 반값여행 사례를 언급한 뒤, 문체부는 이를 토대로 한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사업 발표 당시 2025년 9월부터 12월까지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다섯 차례 했고, 2026년 1월에는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포함한 가이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도 참여 지자체 선정을 마쳤고, 지자체별 준비를 거쳐 4월부터 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정부의 설명은 분명하다. "더 많은 국민이 더 자주 인구감소지역을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이 묻는 대목은 다르다. 왜 이 사업을 하느냐가 아니라, 이 사업이 지역에서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느냐다.

사업의 원형 '강진 반값여행'은 애초에 단순 할인행사가 아니었다. 강진 반값여행을 설계했던 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한국관광펜션업협회 전무이사)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광객을 매개로 군민에게 돈이 돌게 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강진군이 공개한 성과도 이 설명과 맞닿는다. 2024년 반값여행 참여는 1만5291팀, 지역 소비액은 47억원이었다. 군이 지급한 지원금 22억원 가운데 19억원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돼 총 66억원이 지역 안에서 순환했다고 군은 밝혔다. 2025년에는 참여가 3만9066팀으로 늘고, 소비액은 106억원, 지급 지원금은 49억원, 이 가운데 42억원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며 총 148억원 규모의 소비가 발생했다고 했다. 강진군 설명대로라면 반값여행은 '깎아주는 정책'이라기보다 '남게 하는 정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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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40회 국무회의에서 강진군 '반값여행'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효과를 강조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강진 모델을 토대로 한 문체부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이 추진되며 반값여행 정책 확산 논의가 본격화됐다. 연합뉴스


강진의 성과는 방문객 수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농특산물 온라인몰 '초록믿음강진' 매출은 2023년 1억300만원에서 2025년 33억8400만원으로 뛰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값여행 이용객 비중은 2024년 50%, 2025년 64%에 달했다. 숙박과 식당에서 끝나던 관광 소비가 특산품 구매와 직거래로 넘어간 것이다. 임 전 대표가 강조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관광이 3차산업에서만 맴돌지 않고, 농가 같은 1차산업 매출로 이어져야 소멸지역 정책으로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문체부 시범사업이 이런 결과를 낳은 구조까지 함께 가져왔느냐다. 먼저 3대7 매칭부터가 걸린다. 신규 사업은 65억원이지만, 개별 지역에선 국비 3억원에 지방비 7억원을 붙여 10억원 안팎 규모로 운영하는 구조라고 문체부는 설명한다. 인구감소지역을 돕겠다면서 재정이 가장 약한 군 단위 지역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상반기 16곳 선정'이란 발표 뒤에 궁금해지는 대목도 있다. 실제 응모 규모와 경쟁률은 어땠는가. 왜 어떤 권역은 비고, 왜 어떤 지역은 들어왔는가. 시범사업이면 선정 숫자보다 감당 가능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결과만 있고, 응모의 온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운영 역량의 격차는 더 크다. 임 전 대표는 강진 반값여행의 경우 "계약직 직원 5명이 붙어 관리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당시 강진군 사업에 대한 여러 보도를 통해 '착' 기반 상품권 지급, 초록믿음 연계, 전담 조직 운영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지금 선정된 지역 상당수는 공무원이 기존 업무 위에 이 사업을 얹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신청 접수, 정산, 사용처 점검, 가맹점 관리, 민원 대응, 특이 결제 모니터링까지 모두 손이 가는 사업이다. 강진은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다른 지역은 이름부터 먼저 받은 곳이 적지 않다.

지역마다 다른 지역화폐 인프라도 출발선을 갈라놓는다. 정부 논리는 환급받은 돈을 지역 안에서 다시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품권이 실제로 어디서 얼마나 편하게 쓰이는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임 전 대표는 "강진은 지역화폐 운영이 비교적 잘 되지만, 인근 지역인 해남만 가도 지역화폐 사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반값여행' 간판을 달아도 어떤 지역은 환급금이 특산품과 상권으로 다시 돌고, 어떤 지역은 몇몇 가맹점에서 소진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 또한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신청 방식과 증빙 서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름은 같아도 체감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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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가 '국내관광 혁신' 정책의 하나로 제시한 '지역사랑 휴가지원' 홍보 포스터를 AI로 재구성 한 이미지. 인구감소지역을 여행하면 경비의 5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이른바 '반값여행' 확대 방안이 담겼다.


생활인구를 말하면서 실제 생활권 소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남는 문제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외 거주 여행객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환급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현장에선 인접 지역 주민까지 경직되게 막으면 가장 반복적으로 소비할 생활권 인구를 놓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반대로 금은방, 타이어점, 일부 청과상회 같은 현장의 특이 사용 사례를 어떻게 걸러낼지도 숙제다.

업계에서는 "가까운 지역 이용을 무조건 부정으로 보는 행정 인식과, 초기 이상 소비 사례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보완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부터 과도하게 막으면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가 약해지고, 너무 느슨하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사용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 제도의 난점은 할인율이 아니라, 어디까지 열고 어디부터 관리할 것인지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하반기 4개 지역 추가 선정은 더 촉박하다. 4월부터 신청을 받는 구조라면 늦게 선정된 지역은 내부 정비와 가맹점 확보, 홍보, 정산 체계를 갖춘 뒤 연말까지 집행도 마쳐야 한다. 준비보다 소진이 앞서면 시범사업은 실험이 아니라 연말 예산 처리 사업이 된다. 강진은 올해 사업 공고에서 여행 이후 7일 이내 사진과 영수증을 제출하면 정산한다고 명시했다. 운영 자체가 이미 행정과 시스템을 전제로 한 구조라는 뜻이다. 그런 조건을 하반기 선정지들이 몇 달 안에 갖출 수 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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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가 설계한 '강진 반값여행 지역 경제 선순환 모델'.


문체부는 이 사업을 국내관광 혁신과 지역 활력 제고의 시범사업으로 설명했다. 올해 시범사업 뒤 내년 확대 구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왜 이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답일 뿐, 어떻게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우선 ▲3대7 매칭을 왜 소멸지역에 적용했는지 ▲상반기 16곳의 실제 응모 규모와 경쟁률은 어땠는지 ▲전담 인력과 운영비 부족은 어떻게 보완할지 ▲인접 생활권 제한은 어디까지인지 ▲하반기 선정 지역의 연말 집행은 가능한지 ▲이월 또는 단계형 집행 검토는 있는지 까지, 제도의 성패를 가를 질문은 아직 이 대목에 머물러 있다.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실장은 "인구감소지역 대응 부서와 관광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진행돼야 한다"며 관련 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행안부가 인구감소지역과 생활인구 정책의 큰 틀을 맡고 있는 만큼, 관광정책 역시 부처 간 연계 속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건 것은 반값이다. 지역이 받는 것은 계산서다. 관광객은 절반을 돌려받고, 지자체는 7할을 낸다. 강진은 시스템이 있었고, 다른 지역은 아직 그 시스템을 갖췄는지부터 불분명하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이 돈은 과연 지역에 남는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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