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수 바이오 기업이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학술대회에 참가해 신약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구두 발표 기업으로 선정된 HLB이노베이션(024850)의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베리스모)와 알지노믹스(476830)의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 플랫폼 기술의 첫 개념증명(PoC) 데이터를 발표하는 이들 기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다면 기업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AACR 2026’은 4월 17~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분류된다. ASCO와 ESMO가 임상 2~3상 등 후기 임상 결과에 집중하는 반면 AACR에서는 초기 연구 단계 신약의 데이터 발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는 AACR 임상시험 메인 구두 발표(CTPL)에 선정돼 주목받고 있다. 베리스모는 20일에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발표 예정인 이 데이터가 주목받는 것은 ‘SynKIR-110’이 고형암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허가된 CAR-T 신약은 모두 혈액암 치료제인 상황이다. 고형암을 둘러싼 종양미세환경(TME)과 종양 내부 침투는 고형암 CAR-T 개발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베리스모는 항원 인식과 활성화 신호를 분리한 ‘멀티체인’ 킬러면역글로불린수용체(KIR) 기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AACR은 SynKIR-110 임상 결과로 베리스모의 KIR 플랫폼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라며 “CAR-T 치료제가 (고형암 주변의) 종양미세환경에서도 높은 활성도를 보이려면 타깃과의 결합력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합력이 높다면 혈액암 CAR-T 대비 독성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전성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두 발표 기업인 알지노믹스의 유전자 치료제 ‘RZ-001’의 간세포암 대상 임상 1b/2a상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RZ-001은 전체 암세포 종의 80% 이상에서 발현되는 텔로머라제 메신저리보핵산(mRNA)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 사멸 및 면역세포 침윤, 면역항암제 반응률 상승을 유도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행 1차 표준치료인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객관적반응률(ORR)이 27~30%에 그쳐 RZ-001이 이보다 우월한 ORR을 기록할지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이번 데이터는 RNA 치환효소 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임상 환경에서 입증하는 최초 사례로, 새로운 모달리티(치료법)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름테라퓨틱(475830)은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ORM-1153’의 전임상 데이터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차세대 모달리티로서 DAC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투셀의 ‘오파스’ 링커를 적용한 항체약물접합체(ADC) ‘SBE303’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종양 억제 효과와 함께 페이로드(약물) 유출을 최소화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는 이중 항체에 사이토카인을 결합한 삼중 타깃 항암제 ‘AR170’과 ‘AR166’의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외에도 지놈앤컴퍼니(314130),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 신라젠(215600), 메드팩토(2359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등이 AACR에 참가해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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