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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실험영화의 심장, ACC에서 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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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한국 최초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 클럽’을 이끈 한옥희 감독의 미공개 작품 ‘무제’. 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지난 19일부터 9월 27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ACC 필름앤비디오-아시아의 장치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5년 개관 이후 ACC가 축적해 온 아시아 실험영화와 비디오아트, 그리고 신작을 함께 공개하는 자리다. 아시아 각국 감독과 영상작가 31명이 참여해 64편을 소개하며, ACC 개관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영화 전시로 마련됐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장치(Apparatus)’는 카메라·스크린·영사기 같은 물리적 도구를 뜻하는 동시에, 영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심리적 상태를 아우른다. 나아가 사회와 제도를 작동시키는 구조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전시는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역사와 사건을 풀어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3층 원형 구조물을 ‘시네마 빌리지’로 재구성한 공간 연출이다. 관람객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며 경험하게 된다.

1층은 아시아 여성 서사를 출발점으로, 역사 속에서 주변화된 기억을 호출, 2층은 그래픽 디자이너 19명이 참여한 ‘포스터 실험’—영화를 이미지 언어로 재해석, 3층은 전망대형 공간에서 전시 전체를 조망이다.

특히 3층 대형 스크린에서는 ‘도시 속 타워크레인’과 5·18민주화운동을 포함한 1980년대 한국 사회의 풍경이 교차 상영된다. 압축 성장의 상징과 미완의 역사적 기억이 겹쳐지며, 한국 사회의 이중적 시간성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한옥희 감독의 미공개작 발굴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 클럽’을 이끌었던 그는 1970년대 한국 영상예술의 변방에서 급진적 실험을 이어간 인물이다. ACC는 그의 자택을 수차례 방문한 끝에, 1975년작 ‘세 개의 거울’ 원본 필름을 발굴했다. 독일문화원 상영 기록만 남아 있던 이 작품은 무려 50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잃어버린 필름’이었다.

ACC는 기존 수집작 5편을 포함해 총 6편을 정밀 복원,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한다. 더 나아가 모든 작품을 음성 해설이 포함된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접근성을 대폭 확장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초기작 ‘백색인’ 상영, 광주극장 공간 재현 등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실험영화는 더 이상 주변 장르가 아니라, 동시대 감각을 읽는 핵심 언어로 재위치된다.

김상욱 ACC 전당장은 “아시아 문화예술의 창으로서 실험과 도전을 선도하고, 시민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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