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6세 미만 청소년 SNS 사용 금지
교육, 디지털→아날로그 선회
유럽 각국도 SNS 규제 검토 움직임 확대
청소년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이 교육과 정신 건강, 사회적 관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학습 능력 저하와 온라인 괴롭힘이 확산되자, 각국은 규제와 교육 방식 전환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들의 SNS 이용 방식은 이미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장됐다.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신원을 숨긴 채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뉴질랜드,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중독 문제를 넘어 정신 건강 악화와 사회적 관계 왜곡, 집단적 괴롭힘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규제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환경이 청소년 세대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닛케이 기자가 직접 호주의 한 사립학교를 방문해 약 1100명 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생 5명 중 1명이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한때 디지털 교육의 선도 국가로 평가받던 핀란드는 최근 학업 성취도 하락을 계기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디지털 교재 사용을 줄이고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는 한편,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도 제한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0년대 초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성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하락 시점이 디지털 교육 확대 정책과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학생의 약 40%는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습에 방해된다고 응답했다.
이웃 국가인 스웨덴 역시 종이 교과서 회귀 정책을 추진하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디지털이 학습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기존 전제 자체를 재검토하는 흐름이다.
다만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SNS 사용을 제한하더라도 청소년들이 다른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법적 차단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점은 분명하다. 디지털 환경이 청소년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관계 형성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확산이 곧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기존 공식이 흔들리면서, 각국은 이제 기술의 속도를 조절하고 인간의 학습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투데이/김해욱 기자 ( haewook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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