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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우리는 누구의 카메라로 BTS 공연을 보게 되나[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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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사진 No.156
하이브와 넷플릭스가 공연 기록을 관리하는 방법
오늘(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공연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강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획사 측의 프레스 가이드라인과 서울시·경찰의 행정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영상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리어커 위의 테이프 더미

1980년대 학창 시절, 시내에 나가면 노래 테이프가 쌓인 리어커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신 가요라고 조악하게 인쇄된 제목과 유명 가수들의 얼굴, 정식 음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 인기 있는 노래만 모아 판 덕분에 꽤 잘되는 비즈니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글을 쓰려고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았지만, 그 시절을 보여줄 만한 사진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 분명 남아 있는 장면인데, 보도사진의 형태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셈입니다. 당시 기자들이 불법 음원 문제를 지금처럼 심각하게 보지 않았거나, 너무 흔한 풍경이라 뉴스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장사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을 피했을 수도 있습니다.

복제는 불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대중문화가 퍼져나가던 거친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그 흐름이 결국 지금의 K팝 산업이 커지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2003년 10월 9일 서울에서 디지털 음원의 무단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급의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창립자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오랫동안 ‘복제와의 전쟁’을 치르며 성장해 왔습니다.

동아일보[연재] 동아일보 '청계천 옆 사진관'포토슬라이드 이동

2003년 10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회원과 가수들이 디지털음원의 무단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런데 오늘 밤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는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원만이 아니라 시선과 화면의 유통 경로 자체를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대형 기획사가 제시한 프레스 가이드라인

BTS 소속 레이블인 빅히트뮤직과 모회사인 하이브 측은 이미 언론 취재와 영상 사용 방식에 매우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서를 보면 기자들이 촬영할 수 있는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촬영 위치, 결과물을 유통할 수 있는 형식까지 미리 정해 놓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공식 영상을 2분 분량으로 편집해 제공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공식 영상은 보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모든 에셋에는 반드시 “빅히트 뮤직/넷플릭스”라고 출처를 표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언론사는 그 위에 별도의 로고나 버튼 같은 자체 브랜딩을 덧붙일 수 없습니다.

현장 촬영 조건은 더 엄격합니다. 프레스석 취재 기자에 한해 휴대전화 촬영만 허용됐고, 관람 구역 내에서는 분리형 렌즈를 포함한 카메라와 모든 전문 촬영 장비 반입이 엄격히 금지됐습니다. 사진기자와 영상기자가 평소 쓰는 장비로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도 보도와 리포팅 목적으로 실시간 사용은 가능하지만, 언론사 공식 채널에서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거나 행사 전체를 게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공공 구역에 대해서도 언론사를 위한 별도 촬영 구역은 제공되지 않고, 안전상의 이유로 공공 구역 내 삼각대와 고정 장비 설치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 후 라이브 스트리밍은 엄격히 금지됐고, 드론을 포함한 모든 항공 촬영도 금지됐습니다. 공연 풀버전 업로드 역시 허용되지 않았으며, 당일 교통 통제로 위성 중계차와 방송 차량의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써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번 공연은 여러 언론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기록하도록 열어둔 현장이라기보다, 공식 화면을 중심에 두고 주변 기록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한 현장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체육관 등 실내 행사가 아닌 야외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진행 치곤 특이한 형식입니다.

● 서울시와 경찰의 준비

행정 당국의 협조도 이례적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찰은 지난 13일 경부터 광화문광장 인근 총 31개 건물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각 건물의 보안 담당자들과 안전관리 방안을 협의해 왔습니다. 26만 명 규모의 인파가 몰릴 경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과 시민들이 인근 건물을 통해 우회 진입하거나 무단으로 옥상에 올라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대형 공연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예 선제적으로 공연 당일 건물을 전면 폐쇄한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분은 분명 안전입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공연장을 내려다보는 위치, 곧 다른 각도에서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 안전 관리가 낳는 또 다른 효과

이번 조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안전 관리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시선으로 이 공연을 기록할 가능성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공연장 안에서는 전문 카메라가 막히고, 지정된 자리에서 짧게만 찍을 수 있으며, 공연 전체를 독자적으로 송출할 수도 없습니다. 주변 높은 건물 위에서 자유롭게 내려다보는 사람이 줄어들면 휴대전화나 소형 카메라로 찍은 이른바 ‘직찍’ 영상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람들에게 남는 화면은 넷플릭스와 주최 측이 설계한 공식 화면이 됩니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앞으로 초대형 문화 이벤트에서 누가 기록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서 ‘비인가 영상‘의 유통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틈은 예전보다 훨씬 좁아졌습니다.

● 화면의 질서를 누가 갖는가

과거에는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그것을 베껴서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시장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 신문과 방송이 피땀으로 만든 콘텐츠를 너무 쉽게 무료 자원처럼 활용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불편합니다. 남이 공들여 취재하고 확인하고 편집한 결과물을 손쉽게 띄워놓고 조회수와 광고 수익만 가져가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밤 BTS 공연을 앞두고 넷플릭스와 하이브가 카메라를 통제하는 방식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시선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말입니다. 넷플릭스와 하이브는 이 공연을 어떻게 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주도권, 다시 말해 화면의 질서를 선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앵글이 대표 화면이 될지, 어떤 장면이 먼저 노출될지, 군중과 무대를 어떤 비율로 보여줄지, 도시와 공연을 어떤 리듬으로 엮을지 같은 문제는 모두 편집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편집은 곧 권력입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덜 보여주느냐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가장 강한 원본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내보내기 위해 유통 질서 자체를 설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팬이나 시청자가 느낄 불편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면은 더 선명하고, 음질은 더 좋고, 카메라는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송출하려면 막대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서버와 제작 능력, 마케팅 역량은 분명 강력한 조건입니다. 실제로 지난 2주간 광화문에서 무대가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정치 집회용 무대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행사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외국 기술자들이 직접 감독을 하고, 실무는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맡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향한 하나의 화면으로 기획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현장에 갈 것인가, 설계된 화면을 볼 것인가

개인적으로 오늘 밤 열리는 BTS 광화문 공연을 어떻게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 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여집니다. 외곽에서라도 볼지, 아니면 집에서 넷플릭스 화면으로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이 더 많이 보는 일인지, 아니면 이미 설계된 화면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이 보는 일인지 쉽게 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망설임 자체가 어쩌면 시대가 바뀌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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