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기자(leejaejin2678@naver.com)]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공장 화재 참사 현장의 전·후 모습. 네이버 로드뷰(왼쪽)를 통해 본 평온했던 공장 건물이 화재 이후 뼈대만 남긴 채 잿더미로 변해 있다 ⓒ프레시안(이재진) |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는 1층 필로티 구조가 현장의 강풍을 빨아들이며 화력을 키운데다 도면에도 없는 불법 복층공간과 건물 사이 연결통로가 근로자들의 퇴로를 막고 불길의 전이 경로가 되면서 대형 참사로 번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참사 확산의 원인으로는 3층 주차장으로 향하는 1층의 높은 필로티 구조도 지목된다.
개방된 필로티는 사고 당시 몰아친 바람을 그대로 흡수하고 건물 내부의 수직 통로를 타고 엄청난 양의 산소를 상층부로 ‘강제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화 초기 1층에서 유입된 신선한 공기는 5.5m에 달하는 높은 층고를 타고 급상승하며 이른바 ‘연돌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밑에서 공급된 산소가 화력에 부채질을 가하면서 건물 전체는 순식간에 거대한 아궁이로 변한다.
필로티를 통해 증폭된 화력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연결통로를 타고 옆 동으로 순식간에 전이됐다.
좁고 긴 통로 구조는 강풍과 만나 ‘벤투리 효과’를 일으키며 화염의 속도를 높인 ‘가속페달’이 된 셈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인천 세일전자와 밀양세종병원 참사에서 드러난 연결통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재현한 꼴이다.
인명피해가 집중된 공간의 실체는 더욱 참혹하다.
당초 3층으로 알려졌던 탈의실(헬스장)은 확인 결과 도면에도 존재하지 않는 ‘2층 복층 공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20~30명의 근로자가 들어가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자던 용도로 활용되던 곳으로 정면에는 창문도 없었다.
사망자 9명 대부분이 이곳에서 발견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덕구에 따르면 정밀기계 설치를 위해 설계된 5.5m의 높은 층고를 악용해 지상에서 3층 주차장으로 향하는 경사로 사이의 자투리 공간을 임의로 막아 사용한 것이다.
도면에도 없는 이 불법전용공간은 필로티를 통해 유입된 산소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차오를 때 근로자들이 정식 대피로를 찾지 못한 채 고립되는 ‘함정’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에 소실된 공장은 1996년 준공 이후 2010년, 2011년, 2014년에 걸쳐 세 차례나 증축됐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덧대어진 ‘땜질식 증축’은 유령공간이 얽힌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직면한 보상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들에게 책정될 사망보험금은 인당 1억 5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족의 기둥이 무너진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이마저도 온전하게 지급될지는 미지수다.
통상 기업화재보험의 인명피해 배상한도는 정해져 있으며 이번 사고처럼 ‘나트륨’ 등 위험물이나 ‘불법 증축공간’이라는 변수가 개입될 경우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상액을 삭감하거나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십 억에서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재물보험금은 유가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의 공장들이 건물과 기계에 설정된 금융권의 ‘질권’ 때문에 보험금의 우선권은 은행에 있기 때문이다.
건물 복구에 쓰일 돈조차 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폭발위험물 특약 미가입’이나 ‘도면 외 공간 사고’를 이유로 면책권을 주장한다면 유가족들은 고작 1억 5000만 원의 사망보험금을 두고 지루한 법적 사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인명피해에 대한 진정한 배상은 보험금이 아닌 기업의 자체적인 책임과 역량에 달려 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1억 5000만 원이라는 사망보험금은 유가족의 고통을 씻어내기에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통한 엄정한 책임 규명과 함께 보험사의 면책 논란을 최소화하고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습 작업이 계속되면서 인명피해 규모는 더욱 늘고 있다.
21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10분쯤 공장 동관 남자화장실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명으로 늘어났고 현재 남은 실종자는 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전 네이버 로드뷰로 포착된 공장의 1층 필로티 구조. 좌측에는 3층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있다 ⓒ네이버 로드뷰 |
[이재진 기자(leejaejin2678@naver.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