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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다시 돌아가는 엔 캐리 청산 시계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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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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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엔화가 다시 강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오랜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탱해 온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완만한 청산이 기본 시나리오로 거론되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강제 청산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윤정·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시시포스의 형벌 속 엔화: 다시 돌아온 엔캐리 점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난 뒤 기조적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가 2%대를 웃도는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가격 상승이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춘투를 중심으로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도 점차 자리 잡고 있다.

내수 회복 조짐도 뚜렷하다. 생산과 소득, 지출 지표가 동반 개선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기계수주 등 기업 활동도 살아나는 흐름이다. 가계 소비는 아직 본격 반등 단계는 아니지만, 저축률 안정화와 실질 구매력 개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회복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소비가 견조하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변화는 결국 BOJ의 정책 정상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경로가 살아 있다면, 미·일 금리차는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일 2년물 금리차는 지난 2024년 고점 대비 축소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일본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미·일 양국의 과도한 엔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계심까지 더해지며 엔화의 추가 약세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양국 간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엔 캐리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오랜 기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전략을 유지할 유인이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금리차 축소로 기대 수익은 줄어드는 반면, 엔화 환율 변동성 확대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위험 부담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환율 변동성이 엔 캐리 전략의 최대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캐리 수익은 금리차에서 나오지만, 실제 리스크는 환율에서 발생한다.

과거처럼 엔화 약세와 낮은 변동성이 유지되던 환경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포지션 확대가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과 환율 불안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에서는 포지션 유지의 실익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표에서도 청산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엔화 기반 레버리지 사이클은 축소 국면에 진입했고, 해외 엔화 대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엔화 유동성의 순공급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미 순회수 구간으로 들어섰고, 해외 차입자의 엔화 신용 잔액도 감소 조짐을 보인다.

일본 내부에서도 은행과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자산 유지 비용 상승과 국내 금리 매력 확대를 이유로 해외 투자보다 자금 회수 쪽으로 무게를 옮기는 흐름이 감지된다.

다만 엔 캐리 청산이 곧바로 금융시장 전반의 급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처럼 엔 캐리 청산이 대형 충격과 맞물린 사례가 강하게 각인돼 있지만, 모든 청산이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외부 충격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면적인 주가 급락보다 지역과 섹터 간 자금 이동이 두드러졌다.

신윤정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완만한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엔화 강세 전환과 금리 정상화 속에서 기존 포지션이 서서히 줄어드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완만한 청산에서 주목할 점은 자금 이동의 방향이다. 최근 미국 정보통신(IT) 섹터의 밸류에이션과 엔화 환율 간 동행성이 약해지고, 미국 대비 비미국 증시의 상대 강세가 나타나는 흐름은 엔 캐리 자금 일부가 기존 투자처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 증시는 오히려 상대적인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내수 모멘텀 강화,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방산, 조선, 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엔 캐리 청산으로 해외에 나가 있던 자금이 일본 내부로 되돌아오는 흐름과 맞물릴 경우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윤정 연구원은 “개인 자금의 구조적 유입, 주주환원 정책 본격화, 정부의 전략산업 집중 재정 투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본 증시의 자체적 상승 동력을 지지하고 있다”며 “엔 캐리 청산에 따른 자금 재배분 흐름과 일본 내부 수급 개선이 맞물리며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진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IT 섹터로 자금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신윤정 연구원은 “완만한 청산이 기본 시나리오이나, 대외 자산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강제 청산으로 전환될 리스크 잠재돼 있다”며 “헤지펀드의 높은 레버리지 수준과 IT 섹터로의 높은 자산 집중도는 외부 충격 발생 시 청산 속도를 비선형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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