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정부가 2조원 규모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축·운용 사업 공모에 나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는 차세대 GPU 도입 여부가 평가에 반영되면서 납기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이라는 두 가지 현안이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2026년 AI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 공모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엔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메가존클라우드, 베슬AI 등 클라우드·AI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 예산은 2조800억원으로 엔비디아 블랙웰급 이상 GPU 1만5000장 이상 확보가 목표다. GPU 소유권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귀속되며 선정된 사업자는 구축과 운영을 담당한다. 공모 접수 마감은 4월13일이다.
이번 공모 핵심 변수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베라루빈’ 도입 여부다. NIPA는 도입 장비를 블랙웰급 이상 최신 GPU를 중심으로 구성하되 베라루빈 등 최첨단 기술 도입을 제안할 경우 가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라루빈 상용 납품 시점이 이르면 올 하반기, 현실적으로는 내년 이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내 구축·서비스 개시’라는 사업 기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같은 일정 충돌을 의식한 듯 이병묵 NIPA AI인프라확충팀장은 설명 중 “차세대 GPU를 도입하는 경우 납품 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어 선정 이후 협상 단계에서 구축·서비스 일정을 별도로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납기와 가격 변동을 우려하는 질문이 잇따랐다.
이 팀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칩 제조사가 협상을 진행했고 해당 물량이 한국에 조기 투입될 수 있도록 합의한 상황”이라며 일반적인 신제품 출시 로드맵보다 국내 납품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베라루빈과 기존 블랙웰을 혼합 제안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다만 모델이 다를 경우 최소 클러스터 단위를 각각 충족해야 하며 혼합 구성의 사유와 비율을 제안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조달 비용 예측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설명회에서는 제안 가격 확정 이후 환율 급등 시 대응 방안을 묻는 질의가 집중됐다. 이 팀장은 “제안 가격이 납품까지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참여 사업자가 감내해야 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다만 미출시 제품의 경우 현재 확보 가능한 견적서를 기준으로 협약까지 유지하고 도입 시점의 실제 가격이 낮아진 경우 그 차액은 정산 반납해야 한다. 이 팀장은 “정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고려는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중간 조정 기준이나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선 고환율과 차세대 GPU 납기 변수가 겹친 상황에서 제안 가격 확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베라루빈처럼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은 공식 성능 수치조차 제한적으로 공개된 상태여서 제안서 작성 시 연산 성능 환산 방식을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한편 NIPA는 지난해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올해 평가 기준에 반영했다. 일례로 AI 전문 지원 인력 배치 요건이 강화됐다. 이 팀장은 “AI 쪽 경험이 없는 기술 지원 인력이 대응하다 보니 AI 모델 회사와의 소통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AI를 잘 아는 개발자 또는 AI 인프라를 충분히 이해하는 인력을 반드시 지원 인력 풀에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토리지 장애도 지적했다. 이 팀장은 “스토리지에서 이슈가 꽤 많이 발생했다”며 단일 사용자부터 대형 AI 모델 학습까지 다양한 워크로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성을 충분히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CSP)가 GPU 클러스터를 직접 구성해야 한다는 요건은 유지됐다. 클러스터는 단일 공간 내 구성이 원칙이며 물리적 제약이 있는 경우 네트워크 케이블 허용 길이 안에서 최대 2개 층까지 허용된다. 정부 활용분 기준 최소 클러스터 규모는 255노드, GPU 2048장 이상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내 직접 운영·통제 원칙도 평가에 반영된다. 해외 루트 권한 접근이나 데이터 해외 이전은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평가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사업 준비도 및 경쟁력 50점, AI 생태계 발전 노력 26점, 사업 이해도 및 추진 역량 12점, 운영 역량 및 사업 관리 12점으로 구성된다.
사업자 선정은 발표 평가·현장 실사를 거쳐 5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복수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며 선정 기업은 올해 GPU 구축을 완료하고 2027~2031년까지 운영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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