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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한 개만 더 보고 자야지." 일과를 끝낸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짧은 영상 속에서 시간 감각은 흐려지고,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잠에 들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하고 있는 모습을 AI로 추출한 이미지 |
여가를 숏폼으로 채우는 건 비단 일부 사람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내 연령대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총 65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특히 최근 1년간 숏폼을 이용한 이들 중 숏폼을 '거의 매일' 시청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총 65.9%로 났습니다. 하루 여러 번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에 달했는데 숏폼을 접한 이후 일상적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패턴이 형성된 영향으로 보입니다.
자기애 성향 높고 유명인 좋아할수록 과몰입 경향 커져
단순한 습관처럼 보이지만, '무한 스크롤' 뒤에 특정한 심리 구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 카라즈미대학 연구팀이 대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애 성향(나르시시즘)이 높거나 특정 유명인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인스타그램 사용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스타그램 로고. 픽사베이 |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중독보다는 '문제적 인스타그램 사용(problematic use)'으로 정의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이 일상까지 파고들어 기분이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애 성향이 강한 이용자는 타인의 관심과 반응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앱(애플리케이션)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예인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경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SNS에 게시되는 유명인들의 근황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이 지속적인 접속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감정 조절 능력이 낮은 이용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해소하기보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나 댓글 같은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기분을 환기하려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기다릴 필요 없는 '즐거움'이란 보상…근본적 해결엔 도움 안 돼
문제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건데, 다시 앱을 찾게 되는 행동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순환이 인스타그램 과사용을 강화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단순히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불안을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반복적인 스크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해외선 이미 '무한 스크롤' 규제 움직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의 위험성과 관련한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틱톡이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등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설계로 인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잠정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한 스크롤'과 같은 주요 중독성 기능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활성화하고, 야간을 포함한 효과적인 '화면 사용 시간 단축'을 시행하며, 추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만약 틱톡이 위원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보는 즉시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주는 숏폼은 어쩌면 현대인의 짧아진 집중력을 겨냥한 '사회과학적 발명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짧은 즐거움에 익숙해진 사이 무엇을 놓쳤을지도 생각해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즐거움에 머무르기보다, 한층 더 다양한 층위의 즐거움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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