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속칭 ‘군기 잡기’가 강한 공간입니다. 조리사로서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보니까 규율보다 칭찬을 통해 화합하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박효남(사진) 셰프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요리 철학을 설명했다. 즐겁게 일하는 문화가 우수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셰프는 “햄버거 하나를 만들어도 빵, 패티, 야채, 소스 등 모든 재료를 혼자서 다 준비하기는 어렵다”면서 “요리를 위해 주방의 구성원은 누구나 다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칭찬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자 더 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셰프는 2001년부터 밀레니엄 서울힐튼 총주방장을 맡아 국내 외국계 체인 호텔 최초의 한국인 총주방장, 2006년 한국인 셰프 최초의 프랑스 농업공로훈장 수훈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이에 국내 1세대 프랑스 요리 전문 셰프로 ‘셰프들의 셰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 출연해 “떨어진 사람이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길이 있기 때문에, 정말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셰프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1983년부터 2015년까지 32년간 근무했다. 1961년생으로 올해 65세를 맞은 인생의 약 절반을 보낸 것이다. 그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받은 최고의 혜택은 칭찬의 문화”라며 주방 구성원 간 칭찬과 협력을 중시하는 철학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일한 외국인들이 ‘땡큐’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일상에서 활력소가 되는 모습을 접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고맙다’는 감사의 표현을 쉽게 하지 않는 것과 비교됐다”고 회상했다.
박 셰프는 2015년 밀레니엄 서울힐튼을 떠나 세종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부 조리산업경영학과 부교수직을 맡아 교육자로서 요리 인생 2막을 보냈다. 최근에는 FKI타워에 문을 연 한국경제인협회의 비즈니스 다이닝 레스토랑 올빛50과 프리미엄 한식 레스토랑 콩두의 총괄 셰프를 맡아 새 도전에 나섰다. 박 셰프는 올빛50·콩두에 전념하기 위해 올해 1학기를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이 있지만 학문의 영역이기 때문에 본업인 요리에 대해 배가 고팠다”면서 “삶의 활력소이자 놀이터 같은 공간인 주방에서 직접 일하면서 활력을 찾고 싶은 생각으로 올빛50·콩두 총괄 셰프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빛50은 한국경제인협회 회원인 기업인 전용 레스토랑이다. 명칭은 50층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궤도를 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셰프는 “기업인들의 비즈니스를 돕고, 음식으로 치유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뉴는 박 셰프의 전문 분야인 프랑스 요리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요리가 점심, 저녁 식사 모두 각 2종으로 구성된다. 메뉴는 2주마다 변경되며 별도로 원하는 메뉴가 있다면 사전 주문도 가능하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엄선된 식자재를 사용한다.
콩두는 명동에서 운영되다 올빛50 옆으로 옮겨 4월에 문을 연다. 박 셰프는 “K팝을 필두로 한국 문화, 음식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로 진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선 올빛50·콩두를 최고의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출할 해외 국가로는 미국을 꼽았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은 세계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곳으로,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 시장이 성장세”라며 “프랑스의 유명한 레스토랑과 셰프들이 몇 년 전부터 미국으로 옮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 셰프는 ‘우리나라 식재료로 프랑스 음식을 만드는 셰프’로서 해외에서 우리나라 식재료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목표다.
새 도전에 임하는 심경을 묻자 박 셰프는 “요리 인생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다음날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주방을 놀이터로 삼으며 요리와 함께 한 인생의 한결같은 마음가짐이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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