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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와라"…'조회수 80만' 짜장라면 들고 랩하는 이 사람에 러브콜[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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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래퍼 PM Kenobi 인터뷰
"뜨거운 반응 예상 못했다…오히려 배워"
"일본 사회 바뀌는 중…차이에 대해 노래할 것"
"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나는 가본 적 없지만."

한 손에는 짜장라면 '짜슐랭', 다른 한 손에는 음료 '봉봉'을 든 채 청년이 랩을 이어간다. 일본어로 이어지는 가사 속에서, 한국인의 귀에 또렷이 '제주도'라는 익숙한 단어가 들린다. 이 한 줄의 가사로 재일교포 래퍼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뮤직비디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한국어 자막이 붙은 영상은 공개 2주 만에 조회 수 80만 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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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 래퍼 PM Kenobi의 곡 ‘Haraboji & Aboji’ 뮤직비디오 장면. 한국어 번역 자막은 해당 음악 채널에서 별도로 추가한 것이다. 유튜브 OxxO.


곡에는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재일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4·3사건을 계기로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할아버지, 그리고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가야 했던 2세 아버지, 그리고 3세인 본인의 서사다.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출신들은 오사카시 이쿠노구에 모여 살았다. 생존을 위해 모여 살던 이쿠노는 현재는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제의 재일교포 3세 래퍼, PM Kenobi(피엠 케노비)씨를 지난 15일 도쿄 신주쿠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비트 위에서 랩을 쏟아내던 모습과 달리, 그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문장 사이사이에는 오사카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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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PM kenobi가 도쿄 신주쿠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있다. 전진영 기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음악하고 있는 PM kenobi다. 1994년생 오사카 도요나카시 출신이다. 할아버지가 재일한국인 1세, 아버지가 2세, 그리고 제가 3세다. 평일에는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Haraboji & Aboji(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노래가 굉장히 화제가 됐다.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는가. 인기도 실감하는지 궁금하다.
▲정말로 '1mm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요즘은 제법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겨 감사하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도쿄 신오쿠보에서도 그랬고, 어제도 그냥 길을 가는데 재일한국인이라며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해주는 분도 있었다.

-네티즌 반응도 확인했는가
▲댓글을 열심히 읽었다. '제주도에 놀러 와라' 등 따뜻한 말들이 많았다. 극히 일부지만 '(너희 나라로)돌아가라' 등 혐오 발언이 담긴 댓글도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웃어넘겼다. 오히려 댓글을 통해서 반대로 제가 배웠다. 어떤 분이 랩을 듣고 '소설 파칭코가 생각난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더라. 댓글을 통해 해당 작품을 처음 알게 됐고, 지금 읽고 있다.

-노래에서 정체성에 대한 많은 고민이 드러난다. 제주도와 오사카 이쿠노는 재일한국인 역사와 깊이 연결된 지역이다. 관련한 역사나 이야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께 들은 적이 있나
▲어릴 때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숙제로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쟁 이야기를 듣고 써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여쭤봤었는데 "몰라, 난 다 잊어버렸어" 하고 바로 끊어버리셨다. 당황해서 아버지에게 여쭤봤더니 전부 다 기억하고 계시는데 너무 힘들어서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뿐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 커서 알게 된 부분이 많다. 할아버지는 어릴 때 일본에서 사시다가 종전 무렵에 제주도로 다시 돌아가셨다. 그런데 4·3사건이 일어났다. 가족 중에서도 끌려가 총살당한 분이 있었고, 그래서 다시 오사카로 몸을 피하셨다고 들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어른이 되고 나서야 이해했지만, 모두 엄격한 분들이었다. 보통 일본의 가정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한국 가정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는 늘 존댓말을 써야 했고 잘못하면 크게 혼났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자식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지금은 제 인생의 스승이고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일에 대한 조언도 자주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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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PM kenobi가 도쿄 신주쿠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있다. 전진영 기자.


-랩 가사에도 여자친구 부모님이 재일한국인이라 싫은 티를 내셨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에서 그런 아픔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 가사에도 뒷이야기가 있다.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는데 오사카 코리아타운인 츠루하시에서 김치를 사 오셨더라. 괜히 반갑고 뭔가 친근감이 들어서 "저희 아버지 본가도 그쪽(한국)인데"라고 말씀드렸더니 여자친구가 당황해서 말렸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으셔서 (그랬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가 16~17살 정도라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집에 돌아가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런데 친구들은 오히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이 너는 너잖아", "우리는 원래 너를 너 자체로 대하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말해주더라. 이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세대에서 본인까지, 재일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은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나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디 가서 재일한국인임을 밝히지 말라고 당부하시기도 했고, 본인도 그렇게 살아오셨다. 가난했고 차별을 겪었던 시기였기에 일본에서 살아가려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세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시작해 보아, 동방신기 등 아티스트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몸소 느꼈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였다. 지금 내 또래들은 한국 여행을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하고 싶나
▲다름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 사람마다 다른 점이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그런 차이가 받아들여질 때 오히려 감동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예전에는 단점이라고 느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변화를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 행동이 굼뜨다거나 키가 작다거나 하는 차이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슴 펴고 살아갈 수 있는 것.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본 적 없다는 제주도는 갈 예정인가
▲조만간 가려고 한다. 사실 지난해부터 친구랑 가자고 줄곧 이야기했다. 할아버지 고향에 간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야기를 마치고 그는 "제 조상들이 어디 살았는지 주소도 알고 있다"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위쪽에 핀으로 위치가 표시된 제주도 지도가 펼쳐졌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그가 저장한 장소였다.

"여기예요.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셨어요."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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