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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마이크로바이옴, 거품 빠졌다?…지금은 ‘선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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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환경과 유전 정보..."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기대 불구 상용화 제품 전세계 2종 불과
CJ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 적자 및 전략 전환


서울경제TV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는 막연한 기대에서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이슬비기자] '전멸 위기', '신약 개발 중단', '난관 봉착'.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거론할 때 쉬이 찾아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수년전 만해도 부상하는 학문이었지만, 세계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치료제가 나오지 않자 마이크로바이옴을 바라보는 시선이 근래들어 차갑게 식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임상 2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한 기업조차, 임상을 중단하고 표적·면역 항암제 개발로 전략을 틀기도 했다.
다만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상황은 쇠퇴보다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 마이크로바이옴, 기대 컸던 만큼 실망도 커
마이크로바이옴은 국제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기대주였다. 8년 전 빌게이츠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세계를 바꾸게 될 3가지는 치매 치료제, 면역항암제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이 될 것입니다"고 말할 정도였다. 4년 후인 2022년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자회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고, 정부는 약 1조150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향한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범용성'과 '안전성' 덕분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작다는 뜻의 마이크로(micro)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환경과 유전 정보 등을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국책과제를 맡고 있는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들은 단일 질환이 아닌 면역, 대사, 악성질환 등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며 "기존 치료제와 다르게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 교란 붕괴 질환에 근원적으로 작용해 생태계 복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기대된다"며 "안전성 역시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때보다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실제 제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팀 연구 결과, 12가지 만성 질환 모두에서 유전적 원인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수많은 임상 시도가 이어졌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제품은 단 두 개뿐이다. 게다가 페링 파마슈티컬스의 리바이오타와 세리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 두 제품 적응증은 모두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예방과 치료에 국한된다.
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는 중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출범 이래 지속해서 300억원대 영업 손실을 보고 있고, 고바이오랩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접고, 항암제로 주력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유전체 분석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규 타깃 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연구개발 했으나, 현재는 신규 타깃 항암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성은 유효…“데이터 나오면 판 바뀐다”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외 리서치센터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전망이 밝다고 평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을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54.8%씩 성장해 14억6530만달러(약 2조 18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봤고,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34년까지 32억 달러(약 4조 7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회사 임직원 A씨는 "MoA(작용 기전) 기반의 확실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대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임직원 B씨는 "기초 연구는 다량 축적됐다"며 "관련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잠재력과 가치는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사업도 올해는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2022년부터 6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이 예산을 받기 위해 타진되고 있지만, 지금까진 기획 완결성·예산 규모 등을 이유로 연기돼왔다. 모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통과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느꼈다"며 "다만 예산 규모는 기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 규모가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도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업인 에이투젠에 투자해 지분 67.2%를 유지하고 있다.

◇전략 바뀐다…‘파이프라인 축소·임상 집중’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병태생리에 미치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치료제가 나온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의 경우 비교적 발병 원인과 치료 표적이 명확했다. 이창균 교수는 "무엇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기전으로 질환에 관여하는지를 규명하고, 치료적으로 개입 가능한 핵심 기전을 선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데이터'와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한 전략 개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A씨는 "시장은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데이터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기업들의 전략 수정은 산업의 위기라기보다, 정밀한 데이터 없이 추진되던 프로젝트들이 정리되는 건전한 조정 과정"이라고 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파이프라인을 15개 이상으로 확대했다가, 최근 7개로 정리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폐암·두경부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인 ‘CJRB-101’을 키트루다와 병용으로 사용했을 때 안전성과 효능을 살펴보는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고, 결과는 올해 중으로 나올 예정이다.
데이터가 쌓인 기업들은 속속들이 증거를 내보이기위해 임상에 뛰어들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대장암 신약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유한양행 자회사 에이투젠은 2024년 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염 치료제 임상 2a상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의 시선이 엄격해진만큼 업계에서는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신중하게 발표하는 분위기도 쇄도하고 있다. 고바이오랩, 셀트리움, 종근당바이오 등에 개발 현황 등을 문의했지만 모두 언급을 피했다.
A씨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질병과 관련된 핵심 균주를 특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작용 기전를 증명해내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확실한 작용 기전과 데이터 베이스를 갖춘 기업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병용 치료’…바이오베터 기회 부상
취재를 종합해 보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병용 치료'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창균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복원으로 기존 치료제가 충족할 수 없는 부분을 보충해줄 수 있다"며 "다시말해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혹은 보조적 요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들의 특허가 대거 만료되고 있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결합해 바이오베터(Bio-better)나 신약으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편의성을 개선한 신약을 말한다.
향후 가까운 미래에 실질적인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실화를 위한 규제 개편도 따라와야 한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정책분석팀 과장은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작용 기전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drizzle@sedaily.com



이슬비 기자 drizz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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