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사지마비 환자, 6개월만에 물건 집었다…7명 살린 중국판 뉴럴링크

댓글0
7명 환자에 ‘뇌 칩’ 이식해
신경 회복 등 임상 성과 속속
뇌 삽입 대신 부착 방식 적용해
뉴럴링크 보다 뇌손상 위험 낮춰
中, 2030년 선두기업 3개 배출 목표
AI 이어 BCI에서도 ‘기술굴기’ 선포
서울경제

수년 전 교통사고로 중증의 경추손상을 입어 신체 대부분의 운동 기능을 잃은 30대 남성. 오랜 재활 치료에도 차도가 없었지만 뇌·기계 인터페이스(BCI) 칩 ‘베이나오-1’을 이식한 후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조 장치를 활용해 서고 걷거나 컴퓨터 커서를 입력하는 등의 동작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신경 자체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식 3개월 후에는 물체를 움직일 수 있었고 6개월 후에는 두 손가락으로 작은 물체를 집는 데 성공했다. 장과 방광 기능까지 일부 회복돼 생리 현상 조절이 아예 불가능했던 전보다 삶의 질도 대폭 향상됐다.

19일 방문한 베이징 뇌과학연구소(CIBR)에서는 이렇듯 기적 같은 변화가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지난해 초 처음 임상을 시작했을 때도 로봇손 등 외부 장치를 활용한 움직임 구현에 그쳤지만 불과 1년 만에 신체의 자생적인 회복 가능성까지 입증한 것이다. 베이징대 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인체 이식 성공 사례도 기존 3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베이징 CIBR과 뇌 과학 스타트업 뉴사이버가 2023년 공동 개발한 베이나오-1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와 유사한 ‘뇌 칩’이다. 특이한 점은 말랑말랑한 소재로 제작돼 반창고처럼 뇌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반침습형’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두개골 안쪽까지만 삽입하면 되는 구조로, 뉴럴링크처럼 뇌 깊숙이 찔러넣는 완전침습형 대비 뇌 손상 위험을 크게 낮췄다. 채널(뇌 신호를 읽어내는 측정 지점)을 세 배로 늘리고 신호 전달 및 해독 능력을 대폭 개선한 차세대 BCI인 베이나오-2도 동물실험 단계에 진입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BCI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7개 부처의 공동 발표를 통해 2027년까지 뇌 신호 전송 성능을 높이는 초저전력 고성능 통신 칩 개발을 포함해 핵심 기술 병목을 해소하고 2030년까지 BCI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 2~3개를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양회에서도 BCI는 저공경제, 체화지능(로봇 등 피지컬 AI) 등과 함께 핵심 전략 산업으로 격상됐다. BCI는 군사·안보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중국은 이를 미래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를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제

이번에 방문한 CIBR엔 이 같은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이 집약돼 있었다. 2018년 설립 이후 10년이 채 되지 않아 중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 40명이 주축을 이뤘고 중국계가 아닌 과학자도 7명 있다. 최고 수준 연구자를 섭외하기 위해 주거 지원과 자녀 교육 혜택 등을 제공하는 ‘창핑 인재 유치 프로젝트’를 가동한 게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연구와 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강점이다. CIBR이 위치한 창핑구의 24만 ㎡ 규모 뇌과학·BCI산업단지는 개념 검증부터 중간시험, 허가 신청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베이징시는 3억 위안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해 자금 조달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BCI에서도 실용주의 접근을 택하고 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당장은 질병 치료에 활용되지만 최종 목표는 인간이 인공지능(AI)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완전침습형 구조를 택한 것도 뇌 속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신호를 정밀하게 읽기 위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정밀도보다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반침습형을 선택했다. 임상 시험을 빠르게 확대해 의료 적용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위에천위 CIBR 박사후연구원은 “우리의 목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류 건강 개선”이라며 “향후 몇 년 내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연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YTN'성추행 의혹' 장경태, 민주당 탈당...서울시장 경선 '불꽃 공방'
  • 더팩트4대 시중은행, 'LTV 담합' 공정위 과징금에 불복 소송
  • 디지털데일리"어메이징 코리아!", BTS 대역 리허설에도 환호…‘노숙아미’는 無
  • 뉴스핌앤더슨 그룹 ① IPO 이후 첫 실적 발표로 주가 21% 급등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