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BTS의 다큐멘터리 영화 ‘BTS:더 리턴’의 예고편에 담긴 멤버들의 육성 중 이들의 시작점을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전 세계 1억명 아미(Army·BTS 팬덤명)를 거느린 ‘K팝의 왕’이란 수식어를 얻기까지, BTS는 무수히 많은 ‘눈물 젖은 빵’을 삼켜야 했다.
2013년 6월 13일, BTS의 첫 데뷔는 차라리 초라했다. 대표 수식어는 ‘중소 기획사가 만든 흙수저 그룹’. 당시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K팝 히트 작곡가 방시혁이 차린 회사로 ‘반짝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 3대 가요 기획사(SM·JYP·YG)에 끼기는커녕 2012년 걸그룹 ‘글램(GLAM)’을 비롯해 내는 팀마다 줄줄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BTS는 데뷔 앨범 ‘2 COOL 4 SKOOL’에서 10대 특유의 패기 넘치는 랩, 뛰어난 군무로 평단 호평을 받으며 그해 연말 시상식 신인상을 탔지만, 국내 음원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10대의 억압과 편견을 막아주는 소년들’이란 뜻의 그룹명은 “이젠 뜨려고 별별 이름까지 짓는다”는 조롱을 받았다.
2013년 6월 19일 MBC 쇼챔피언에서 데뷔 곡 ‘No More Dream’을 선보인 직후 대기실에서 인증 사진을 찍은 앳된 BTS의 데뷔 초 모습. 당시 데뷔 7일차였다. 왼쪽부터 멤버 뷔(당시 18세), 제이홉(19), 슈가(20), 진(21), RM(19), 지민(18), 정국(16). /빅히트뮤직 |
이듬해 BTS가 데뷔 1년 만에 미국 진출을 결정했을 때도 업계에선 “전례 없는 무모한 시도”란 평가가 나왔다. 2014년 BTS가 미국 LA의 관광 명소인 마담 투소 박물관 앞에서 직접 자신들의 공연 전단을 돌리던 장면은 당시 변방에서 온 외국인 그룹 취급을 받던 이들의 인지도를 잘 보여준다. 웨스트 할리우드 공연장 트루바두르에서 열리는 자신들의 북미 첫 현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전 멤버가 나서 호객 행위까지 했고, 티켓을 무료로 뿌렸지만 공연장에는 고작 200명이 모였다. 같은 해 멤버들이 출연한 엠넷 예능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에는 멤버들이 미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직접 아르바이트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팬들은 이 프로그램을 ‘BTS판 인간극장’으로 부른다.
그래픽=송윤혜·양진경 |
멤버들의 뛰어난 군무 실력과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소통은 결국 활로를 뚫었다. 트위터 등에서 “실력은 있지만 뜨지 못한 그룹”이란 입소문이 붙으면서 국내는 물론 북미권에서도 팬들이 빠르게 붙기 시작했다. 2015년 미니 3집 ‘화양연화 pt.1’의 수록곡 중 국내에선 ‘아이 니드 유’가 1위를 했고, 국외에선 ‘쩔어’가 먼저 반응이 왔다. 이듬해 북미 아미들이 직접 미국 현지 50주 전역의 라디오 방송국에 BTS 곡을 수천 통씩 신청하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그해 BTS는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빌보드200’ 26위에 당당히 입성했다. K팝 최고 기록이었다.
‘2018년 K팝 첫 빌보드200 1위’ ‘2020년 K팝 첫 핫100 1위와 핫샷 데뷔’ ‘한국 가수 최초 미국 4대 시상식 참석’ 등 BTS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기 시작했다. ‘K팝 그룹이 한국어로 아시아 바깥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일깨워준 것이다. BTS는 2018년 국내 최연소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됐고, 한국 가수 최초로 UN 총회 연설자로 섰다. 이듬해 미국 CNN은 아미들을 전설적 영국 밴드 비틀스 팬을 뜻하는 ‘비틀마니아(Beatlemania)’로 지칭했다. BTS가 일으킨 돌풍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비유하며 “미국을 무너뜨린 BTS가 비틀스보다 대단한 성취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BTS는 실제 비틀스가 섰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아리랑 CD. 2026년 3월 20일 |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2년 BTS는 돌연 활동 피로감을 호소하며 ‘그룹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개별 솔로 활동에 돌입했다. 그해 12월 맏형 진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순차 입대하면서 지난 6월까지 전 세계 아미들은 그룹의 군(軍) 복무 공백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BTS의 연작 음반명이자 “꿈을 포기 말라”는 멤버들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문구 ‘러브 유어셀프(LoveYourself)’처럼, 이들이 지난 13년간 BTS와 함께 보이지 않던 꿈을 현실로 만든 시간들이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게 했다. 그 시간들이 모여 21일 BTS가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오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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