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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입고된 비축유 90만 배럴을 놓쳐? 석유공사 감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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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산유국 해외 기업 A사, 韓비축기지
입고 후 해외 기업에 90만 배럴 재판매
석유공사 우선구매권 통보 전 계약 끝내
협상 끝 200만 중 110만 배럴 국내 비축
석유공사 “국내 입고 후 재판매 드문 일”
산업부 “업무·시스템 문제 등 경위 감사”
문차관 “정유사에 수출 제한 조치 가능”


서울신문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산업통상부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비축기지에 들어왔던 해외 기업의 석유에 대해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아 일부 비축유가 해외로 도로 반출된 경위에 대해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중동 전쟁이 원유·가스 등 에너지 시설 공격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국제공동비축유 확보와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을 통한 국내 수급 안정화 조치를 마련 중이다.

산업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최근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아 해외 기업 A사가 울산 소재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 배럴을 해외로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공사의 규정 위반이 밝혀질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공동비축유 사업은 산유국 등 해외 기업의 석유를 석유공사의 유휴 비축시설에 유치해 평상시에는 임대 수익을 얻고 비상시에는 해당 원유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국내 석유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제도다.

산업부와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8일 중동 산유국 해외 기업 A사는 석유공사 울산비축기지에 200만 배럴의 석유를 입고했다. 200만 배럴은 우리나라 하루 석유 사용량에 맞먹는 양으로, 1배럴이 약 159ℓ인 점을 감안하면 3억 1800만ℓ에 이르는 양이다.

서울신문

산업통상부 확대간부회의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석유공사는 원유 입고가 진행되던 8일 A사로부터 국내 정유사와 협의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A사가 해외 다른 기업에 원유를 판매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이에 공사는 9일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겠다고 A사에 통보했지만 A사는 이미 200만 배럴을 해외 다른 기업에 계약해 팔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사는 이미 국내 입고된 비축유를 내줄 수 없다고 버티며 A사와 협상에 나섰고 A사에 지속적인 사업 파트너로서 국내 우선구매권을 쓸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끝에 200만 배럴 중 110만 배럴을 국내에 남기게 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국내 입고된 국제공동비축유를 다시 해외 다른 기업에 되판다는 것은 운송비 등 추가 비용을 감안할 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A사가 당초 국내 정유사와 협의를 진행하다 왜 갑자기 해외 기업 반출로 입장을 바꾼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감사 결정은 대통령실을 비롯해 조금이라도 더 비축유를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로 이미 반입된 비축유가 역으로 해외로 나간 부분에 대해 어떤 점이 미진했는지 면밀히 살펴본다는 취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총 2400만 배럴의 원유 우선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김민석 총리, 구리 석유 비축기지 찾아 -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석유비축기지에서 석유비축시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뉴스1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업무 처리상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감사를 통해 정확히 살펴봐야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원유가 다시 해외로 나가는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가 국내로 수입하는 원유의 50%가 정제되어 석유제품으로 다시 해외로 수출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거듭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상 상황”이라며 정부가 정유사에 수급 조정 명령과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차관은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가 약 2억 배럴, 약 208일을 버틸 수 있는 물량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지금처럼 모든 경제활동을 다 뒷받침하는 평시 기준으로 하면 208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UAE 방문 결과 브리핑 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 강훈식 비서실장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활동 관련 UAE 방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정유사의 수출 물량 감축에 대해 “당연하다. 정부가 석유사업법을 통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수도 있고, 수급 조정 명령을 할 수도 있고,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면서 “국민이 최소한의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우리 산업 부문 생산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출의 50%가 되지 않을 상황까지도 시뮬레이션해 플랜 B 또는 비상 플랜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18일 오후 3시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이와 함께 국제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지 않는 대체 물량 확보, 해외 생산분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풀기로 한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신문

중동 가스시설 피격에 국제유가 급등 -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폭격하고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에 반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한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에 유가정보판이 놓여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107.38달러로 전장 대비 3.8%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109.95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뉴스1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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