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에너지·물류·금융이 결합한 ‘시스템 전쟁’
해상 호송·감시·정보 지원 등 비전투 영역에서 일정 수준 참여 검토 필요
“어떤 구조 속에서 어떤 수치와 역할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해상 호송·감시·정보 지원 등 비전투 영역에서 일정 수준 참여 검토 필요
“어떤 구조 속에서 어떤 수치와 역할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 이상배 전문기자 |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 양상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중동 분쟁의 범주를 빠르게 넘어섰다. 이번 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에너지·물류·금융이 결합한 ‘시스템 전쟁’이다. 그 중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 하루 기준으로는 약 18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약 25% 내외가 이 좁은 수로에 의존한다.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약 33km에 불과하며, 실제 선박 항로는 왕복 각각 3km 정도로 제한된다. 즉, 군사적으로 매우 취약한 ‘병목지점’이다.
현재 이란은 기뢰, 무인기(드론), 대함 미사일을 활용해 이 해협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은 항모전단과 해상 호위 작전을 통해 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충돌이 단순한 교전이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누가 통제하느냐’를 둘러싼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 변화는 곧바로 시장에 반영된다.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10~130달러 구간까지 급등하고, 전쟁 강도가 높아질 경우 150달러 이상도 거론되고 있다. 해상 운임은 일부 구간에서 30~50% 상승, 전쟁 위험 지역 보험료(전쟁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5~10배까지 급등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비용 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충격은 한국에 훨씬 직접적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75%, LNG의 약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하루 원유 수입량 약 250만 배럴 중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수입 비용은 약 9~10조 원 증가하는 구조다. 이는 곧바로 전력요금·제조원가·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출 중심 경제의 경쟁력을 압박한다.
특히 산업 측면에서의 충격은 더 크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장은 대형 클러스터 기준으로 연간 수십 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중소형 도시 하나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단일 시설당 100~300MW 규모의 전력을 요구한다.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전쟁의 확장성도 수치로 확인된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글로벌 원유 생산의 약 30%, 확인 매장량의 약 48%가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사우디, UAE, 카타르의 주요 에너지 시설이 공격 위험에 노출되면서, 공급 차질 가능성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국적 해상 보호 작전에 투입되는 국가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선택은 더 이상 추상적일 수 없다. 군사적으로 한국은 약 30만 톤급 이상의 해상 물동량을 매일 이 해협에 의존하는 국가다. 따라서 전투 병력 투입은 신중해야 하지만, 해상 호송·감시·정보 지원 등 비전투 영역 일정 부분 참여 문제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동맹 차원을 넘어, 자국 경제의 생명선을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략 역시 수치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현재 약 70% 수준인 중동 의존도를 중장기적으로 50% 이하로 낮추고, 미국·호주 등으로 LNG 수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원자력 발전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유지·확대하고,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포함한 다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믹스의 다변화는 비용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분산 전략이다.
산업 구조는 더욱 명확하다. 반도체·배터리·AI 산업은 모두 전력 집약적이다. 한국의 총 전력 소비는 연간 약 600TWh 수준인데, AI와 데이터 산업이 확대될 경우 향후 10년 내 20~30% 추가 증가가 예상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된다. 결국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산업 전략은 하나의 문제다.
외교적으로도 선택은 숫자로 환산된다. 한국 수출의 약 40% 이상이 미국 및 동맹권 시장에 의존하는 반면, 에너지 수입의 대부분은 중동에 의존한다. 즉, 한국은 이미 ‘이중 의존 구조’에 놓여 있다. 이 구조를 관리하지 못하면 외교는 곧 경제 리스크로 전이된다.
결국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세계는 전쟁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으며, 그 질서는 군사력이 아니라 에너지(20%)·산업(수십 TWh)·동맹(40% 시장)이라는 수치로 구성된다.
따라서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어떤 수치와 역할을 확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한국은 유가 10달러, 전력 1TWh, 수출 1% 변화에도 흔들리는 국가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새로운 질서 속에서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배 전문기자 |
sangbae0302@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