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은 이전보다 많은 국가들이 참여해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첫 대회다. 국내 독점 중계권은 JTBC가 확보했다. JTBC는 지난달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 과정에서 유료채널 중심의 접근성 논란에 부딪힌 바 있다. 유사한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배경이다.
씁쓸한 대목은 시청권 문제가 '탑다운' 방식으로 핵심 아젠다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 동계올림픽 선수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 오랜 의제가 그간 정책적인 공론장의 외곽에 머물다가 이제서야 본 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은 보편적 시청권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무게감을 짐작케 한다.
더 큰 문제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속도만큼 제도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행 방송법은 국민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하면 보편적 시청권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소수(10%)'의 권리는 부재하고 '보편'의 틀은 헐겁다.
미디어 환경이 전 같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청자는 PC나 모바일,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뉴미디어까지 시청 도구로 활용 중이다. 여기에 광고 수익은 줄고 중계권료는 치솟으며 방송사업자들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늦게라도 불을 지핀 시청권 논의를 이번에야말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정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을 생중계해야 하는지, 온라인을 통한 무료 제공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기성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과 권한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
다만 당장의 과제는 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매듭짓는 일이다. 동시에 보편적 시청권이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기준 마련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 오랜 의제가 또 한 번 행사 직전의 구호로 소비된다면 비판의 화살은 중계권자보다 정부의 의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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