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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 추락사한 노동자…대법 “위험 방치한 현장소장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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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이 “현장소장이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예상 가능한 위험을 방치했다면 책임자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국내 건설회사 현장소장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러시아 국적 남성 B씨는 2020년 외벽 작업에 사용되는 작업 발판 일체형 거푸집 ‘갱폼’ 위에서 해체 작업을 하다가 구조물과 함께 약 3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갱폼은 한 개 층을 더 올리기 위해 고정볼트를 해체해 둔 상태였다.

당시 공사 하도급 업체의 현장소장이었던 A씨는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법 위반,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한 산안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한 산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사망한 이유는 A씨의 잘못된 작업 방법 지시나 안전 의무 위반이 아니라 누군가가 A 씨 지시와 무관하게 사건 당일 갱폼의 고정볼트를 전부 해체했기 때문”이라며 “A씨 지시와 달리 옥상 외부에서 작업을 진행할 것을 예측해 갱폼이 벽체에 견고하게 고정돼 있는지 점검할 구체적 주의의무가 A씨에게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A씨가 사고 당일 ‘옥상 내부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말한 점을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은 무죄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는 외국인인 B씨가 한국어에 서툴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 유로폼 해체팀 근로자들이 해체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갱폼을 작업 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더 이상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갱폼을 작업 발판으로 사용해 유로폼을 해체할 것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런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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