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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말로만 ‘안전 작업’ 지시로는 부족”… 외국인 노동자 추락사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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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노동자가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현장소장이 구두로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지시했더라도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건설사 현장소장 A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사고는 2020년 6월 세종시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국적 근로자 B씨(당시 26세)는 거푸집 해체 작업을 위해 갱폼(작업용 발판과 거푸집을 일체형으로 만든 외벽 부착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작업하던 중 3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갱폼은 작업을 위해 고정 볼트 2~8단이 해체돼 있었고, 타워크레인에도 연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여기에 사고 당일 누군가 1단과 9단의 고정 볼트까지 추가로 해체하면서 갱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됐고, B씨가 이를 밟고 작업하다 추락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현장소장 A씨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사고 당일 “옥상 내부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지시했고, 사고 원인을 제3자의 볼트 해체로 봐 업무상 과실치사와 근로자 사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일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안전 지시를 했더라도 피해자가 한국어에 서툴러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작업자가 위험한 갱폼을 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갱폼은 곧바로 해체되지 못하고 볼트가 다시 체결되지 않은 채로 2주가 넘도록 기존 위치에 설치되어 있었다”며 “피고인으로서는 해체 작업이 잠정 중단돼 추락 위험이 있다면 관계 근로자 외 출입하지 않도록 하거나, 별도의 안전한 작업발판을 설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갱폼을 작업발판으로 사용하라고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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