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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비축유·러시아 카드 총동원…韓 에너지 버티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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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조건 '선별 통과'…호르무즈 통제 체제 변화
트럼프, 해협 안보책임 동맹에 전가…"비용 분담 압박"
수급 막힌 韓, 비상 대응 돌입…에너지 위기 현실화
산업연구원 "에너지 위기, 제조업 비용 상승으로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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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이 '선별 통과'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란은 위안화 결제를 조건으로 특정 선박만 통과시키는 통제 방식을 가동했고, 미국은 해협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통화·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공급망 질서가 형성되면서 한국 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바닷길에 '통행 조건' 붙었다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에서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 선박만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8개국과 협의 중이다.

일부 선박은 이란 통제 하에 해협을 통과했다. 파키스탄 유조선과 인도 LPG 운반선이 이란 해안선을 따라 오만만으로 빠져나갔다. 평소 보기 어려운 항로다. 특정 선박만 선별 통과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이란은 기존 항로에는 드론과 미사일 위협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우방국에는 별도 통행로를 열어 통제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공식 폐쇄는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에 의존하는 통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조건'을 사실상 특정 국가를 겨냥한 통제 신호로 해석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직접 지칭은 없지만 중국과 연계된 선박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수 있다"며 "제재 상황에서 중국과 거래를 유지하려는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이런 기조를 공식화했다. 외무부는 "긴장이 완화돼도 해협 운영이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해상 통행을 연안국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적이 이란 인접 해로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새로운 통항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 항로가 아닌 안보 자산으로 규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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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가 책임지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썼다.

유럽이 파병에 선을 긋는 상황에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발언이다. 미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은 반면 한국과 중국·일본·유럽은 해협 의존도가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지렛대로 삼아 안보 비용 분담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간 미국은 해군으로 해협 안전을 관리해왔다. 이번 발언은 사실상 역할 축소를 시사한다. 동시에 동맹국을 전면에 세우려는 압박 카드로도 읽힌다. 김 교수는 "동맹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 수단의 일환"이라며 "이리저리 메시지를 던지며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협상 전략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시간 벌기'도 한계…중동 의존의 역습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전쟁이 주요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번지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등 충격이 그대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하고 러시아산 원유 재도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수입을 타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이유로 대러 제재를 일부 완화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은 2022년 4월 이후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중단해왔다. 제재 대상국에까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선택'이 아닌 '생존'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유종의 장단점을 따질 여유가 없다"며 "확보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끌어오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산은 기존 사용 경험이 있고, 거리와 가격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부연했다.

대체 수급 확보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UAE에서 1800만배럴을 추가 도입키로 했다. 기존 600만배럴을 포함하면 총 2400만배럴로 국내 약 8일치 소비량이다. 다만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이 사실상 끊기면서 단기 대응에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비상 체제'가 가동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월 초 이후 정상 물량 유입이 끊기면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라며 "비축분과 추가 확보 물량으로 시간을 벌고 있지만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종료 시점과 해협 정상화가 모두 불투명해 수급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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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각선 "이번 대응이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동 갈등이 길어지면 원유를 넘어 나프타 등 기초 원료까지 차질이 불가피하다. LNG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거론, 에너지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일부 석유화학 기업은 이미 불가항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성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9달러에 근접했고 WTI도 한때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 에너지 시설이 연쇄 타격을 받으면서 유가가 전쟁 상황에 직접 연동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비용 충격도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 봉쇄가 3주 지속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5.4% 상승, 장기화 시 최대 11.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정유와 전력을 넘어 화학·금속·운송 등 전 산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나프타·헬륨·무수암모니아 등 에너지 연계 원자재까지 중동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가 중첩되고 있다. 원유 차질이 곧바로 석유화학·반도체·비료 등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선 "에너지 위기가 산업재 위기로 전이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수요 억제까지 포함한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2246만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국제 공동 비축분 우선 구매권 행사도 추진 중이다. 상황에 따라 차량 5부제 등 수요 억제 카드까지 검토되고 있다.

나프타는 '경제 안보 품목'으로 묶어 관리에 들어간다. 공급망 피해 기업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투입된다. 대체 원료 확보 비용과 운영자금 부담을 일부 보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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