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1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백악관 관계자는 “석유·가스 수출 제한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JD 밴스 부통령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행정부 인사들과 함께 미국석유협회(API) 본부에서 셰일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긴급 회동했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상대로 개전한 데 있다. 전쟁 이후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량이 급감했다. 이란의 카타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미사일 공격 등 중동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은 뒤 111.96달러로 소폭 내렸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약 3.8리터)당 3.88달러로, 개전 전보다 약 1달러 올랐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미국산 원유와 정제품의 해외 수출을 막아 미국 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논리가 석유 시장의 작동 방식을 간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전 CEO 스콧 셰필드는 “휘발유·경유 가격은 세계 시세를 따라가기 때문에 수출을 금지해도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며 “생산자만 손해 보고 소비자에게는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제품 수출을 제한할 경우 걸프 연안 정유소들이 생산을 줄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고,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글로벌 공급 부족이 심화돼 국제 유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밥 맥낼리 대표는 “정제품과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펌프 가격을 낮추기는커녕 패닉 바잉(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사재기)을 유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 가격 급등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도프 소장도 “수출 제한은 특히 유럽과 중남미의 연료 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고 글로벌 가격을 더 끌어올려 결국 미국 내 연료비에 다시 반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I 수장 마이크 서머스는 “미국산 원유를 세계 시장에서 거둬들이면 글로벌 공급을 더욱 조이고 소비자에게 연쇄적인 경제적 타격을 준다”며 “수출 금지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 신뢰도를 훼손하고 장기 투자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40년간 원유 수출을 금지했으나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순 수출국으로 전환되면서 2015년 12월 이 금지를 해제했다. 현재 미국산 원유는 5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백악관 내 불안감이 커질수록 수출 금지 같은 잘못된 선택지에 손을 뻗을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고 압박이 거세질수록 행정부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합리적인 선택지들이 소진되면 나쁜 선택지에 손을 뻗으려는 유혹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전략비축유(SPR) 2차 방출 검토와 함께 해상에 묶인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켄싱턴 지역의 한 쉘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AF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