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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억제 정책, 60년 반복했지만 집값 잡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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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진창하 한국주택학회 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한국주택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재명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수요 억제책이 60년 넘게 이어져 왔음에도 효과가 없었고, 다주택자를 무리하게 억누르면 결국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로 규정하고 세제·금융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 기조는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전부 실패했다”면서 “이 정도 기간에도 성과가 없다면 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부동산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세제나 금융 규제를 통해 집값을 낮출 수 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제로는 금리와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함께 움직이는 시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투기’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주택 구매를 위해 전세보증금을 모으고 대출을 활용하는 행위를 투기로 규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무시하고 다주택자를 규제할 경우 결국 피해는 세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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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에서는 집값 안정 자체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최근에는 집값 하락 자체가 정책 목표인 것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민 서강대 교수 역시 “정책 의도가 선할지라도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집값 안정 자체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진짜 집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대출을 상당히 저렴한 금리로 해주는 제도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가 ‘내 집 마련’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안정’에 맞춰진다면 자연스레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집이 많이 공급되더라도 집값이 떨어질까에 대해선 굉장히 회의적이다”라며 “집을 그냥 공급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구입 가능한 집을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절벽이라고 하지만 대량 공급을 할 만한 곳도 많지 않다”면서 오피스텔, 단기 숙박 등 비주택의 양질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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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희 주택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19일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이날 행사는 지난 35년간 한국 주택정책의 흐름을 되짚고,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학술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 앞서 방송희 주택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5년간 한국 주택정책 역사와 앞으로의 주택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토론은 김정호 전 KDI 교수(제1대 한국주택학회장)가 좌장을 맡고,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 이상영 명지대 교수, 정의철 건국대 교수, 조만 서강대 교수, 진미윤 명지대 교수,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 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진창하 한국주택학회 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변천 과정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주택시장 구조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 주거복지 수요 확대 등 새로운 정책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주택학회는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창립 35주년의 의미를 살리는 연속 기획을 이어가며, 주택정책의 역사적 성찰과 미래 비전 제시를 위한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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