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해안 도시 시돈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차량의 화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다시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다. 전쟁이 확대되고 불안한 중동 정세가 장기화하면 한국은 에너지 공급 차질이 산업재 공급 차질로 동시에 연결되는 ‘복합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중동 사태가 3개월 이상 이어져 구조적 공급 충격이 오면 국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50~1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내 제조업의 생산 비용은 11.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업(3.1%) 상승까지 포함한 전체 산업 생산 비용은 9.4% 늘어난다.
업종별로 보면 특히 에너지 투입 비중이 큰 석탄·석유 제품은 최대 83%, 전력·가스 및 증기의 경우 77.7%까지 늘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업종의 비용 증가는 화학(14.8%)이나 비금속(12.1%)·운송 서비스(8.9%) 등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파급되는 구조다. 농림수산업도 5%가량 증가한다. 하우스 재배용 보일러 연료, 피복재, 어선 연료 등 경유·액화석유가스(LPG) 의존 공정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의 직접 비용 충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에너지 가격의 직접 투입 효과만 반영한 결과로 핵심 원자재의 물량 차질이 발생하면 실제 충격은 추정치보다 훨씬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위기 상황이 향후 2개월 이내에 끝나더라도 중기 공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 공급 차질이 발생할 때 국내 제조업, 서비스업, 전체 산업의 생산 비용은 각각 8.6%, 2.2%, 6.6%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달 안에 풀리더라도 국내 제조업, 서비스업, 전체 산업의 생산 비용은 각각 5.4%, 1.4%, 4.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또 국내 주요 산업에서 원자재로 쓰이는 나프타·무수암모니아·헬륨 등 품목은 에너지 산업과 연계돼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틸렌·프로필렌·합성수지 등의 원재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제조업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료로 많이 쓰이는 무수암모니아는 중동산 저가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비중이 커 식료품 비용 증가로 파생될 수 있다. 헬륨은 액화천연가스(LNG) 공정 과정에서 회수되는 부산물로,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 필수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방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단기 공급 충격인 시점을 지나 중기 공급 차질 시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전환과 원료 조달 다변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원 역시 생산 원료 조달 측면에서 중동 의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원료 조달 다변화 전략과 연계되지 않으면 에너지원만 바뀔 뿐 중동 의존 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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