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문제일·김소연 교수와 뉴바이올로지학과 이창훈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해 기존 약물의 부작용 없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신규 펩타이드(MLPH)를 개발했다.
경북대 의과대학 성영관 교수·곽미희 박사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진행된 이번 성과는 남녀 모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탈모 치료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DGIST 연구팀이 부작용 없고 성별 제한 없는 탈모 치료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DGIST] |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탈모 치료제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뿐이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은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 탓에 남성에게는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가임기 여성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부작용 없이 남녀 모두에게 안전한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조혈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 모낭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발모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이를 탈모 치료를 위해 체내에 투여할 경우 적혈구가 지나치게 생성되는 등 심각한 혈액학적 부작용이 발생해 실제 의약품으로 활용하기는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구조 기반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EPO 단백질 구조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부분은 제외했다. 모낭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발모를 유도하는 핵심 부위만 정밀하게 추출하고 최적화했다. ‘MLPH’라는 새로운 펩타이드를 독자적으로 설계해냈다.
연구팀은 인간 모낭 조직과 쥐를 이용한 생체 실험을 통해 MLPH 펩타이드가 모발 성장의 핵심 인자(IGF-1) 분비를 크게 늘리는 것을 확인했다.
쥐에게 MLPH를 투여한 결과, 털의 성장이 멈춘 휴지기를 모발이 자라는 성장기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기존 치료제인 미녹시딜과 동등한 수준의 우수한 발모 효과를 보였다. 동시에 우려했던 적혈구 증가 등 조혈 부작용은 전혀 유발하지 않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전 세계 탈모 인구는 약 10억명(국내 약 1000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관련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탈모 치료 시장 규모는 2028년 약 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개발된 원천 기술은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혁신 신약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DGIST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MLPH 펩타이드는 기존 의약품이 지닌 호르몬 부작용이나 성별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 물질”이라며 “전 세계 10억 탈모인들에게 부작용 걱정 없는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하고 나아가 58조원 규모의 글로벌 탈모 시장에서 획기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없진 않다. 인체 모낭 조직과 생쥐 생체 모델을 통해 약물의 발모 효능과 혈액학적 부작용이 없음은 검증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인간의 두피를 효율적으로 뚫고 모낭 깊숙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제형, 약물전달시스템(DDS) 최적화 연구가 필수적이다. 남성형 탈모, 원형 탈모 등 다양한 탈모 질환 모델에서의 추가 효능 검증을 거쳐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
DGIST(뇌과학과 문제일·김소연 교수, 뉴바이올로지학과 이창훈 교수)와 경북대 의과대학(성영관 교수, 곽미희 박사)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MLPH-mediated activation of dermal papilla IGF-1 signaling drives human hair shaft elongation and anagen induction)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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