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부 캉간 인근 걸프 해안에 위치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2단계 시설 모습. 2014년 1월 22일 촬영 (사진=AFP) |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South Pars)와 연결된 아살루예 가스 처리·석유화학 단지를 타격했다. 세계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전쟁 이후 핵심 생산 인프라가 직접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가스 처리 설비 여러 곳이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 중단됐다고 밝혔으며, 피해 규모는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은 이를 단순 시설 피해가 아닌 ‘공급 체계 훼손’으로 받아들이며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6% 급등해 배럴당 109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110달러를 재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0달러에 근접했다.
국제 유가 급등의 본질은 전쟁의 성격 변화에 있다. 그동안 공격은 유조선이나 군사시설 등 ‘운송·군사’ 영역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가스 처리시설과 정유·석유화학 단지 등 시스템 핵심 인프라가 직접 표적이 됐다. 이는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의 ‘동맥’이 아니라 ‘심장부’를 겨냥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조선 항로는 우회가 가능하지만 가스전과 처리시설 같은 상류·중류 인프라는 대체가 쉽지 않다. 화재나 폭발로 손상될 경우 복구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어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
더 큰 변수는 확전이다. 이란은 공격 직후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정당한 공격 대상”으로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했고, 실제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이 이어졌다.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서는 가스 시설 화재가 발생하며 글로벌 LNG 공급망이 직접적인 충격권에 들어갔다.
라스라판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브로, 카타르 LNG 물량 대부분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특히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카타르와 공유하는 구조인 만큼, 이란 시설 타격은 곧바로 카타르 에너지 인프라 리스크로 연결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란 리스크’가 아닌 ‘걸프 전체 에너지 시스템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겹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홍해 상선 공격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의 이란 미사일 기지 타격과 이스라엘·이란 간 보복 공방이 이어지며 군사 충돌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부 완충 요인도 감지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 전략을 가동하며 원유 공급을 일정 부분 회복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홍해 연안 얀부(Yanbu) 항을 통한 수출을 확대하며 최근 출하량을 정상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선박 추적 데이터 기준 최근 5일간 얀부 출하량은 하루 평균 419만 배럴로, 전쟁 이전 사우디 전체 수출량(약 700만 배럴)의 상당 부분에 해당한다. 이는 기존 얀부 출하량(약 140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 역시 터키 제이한(Ceyhan) 항을 통한 원유 우회 수출에 합의하며 대체 수송 경로 확보에 나섰다. 이는 중동 원유가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주며 시장에 일정 부분 안도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운송 리스크’에 대한 해법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생산 및 처리시설이 타격받는 상황에서는 이를 대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현재 유가 급등의 본질은 물류 차질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구조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넘어 추가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은 공급 차질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12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바클레이즈는 분쟁이 본격적인 확전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12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