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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 올라 좋은데"⋯노도강 세입자는 어디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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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40% '증발'⋯실수요 유입에 매매가격은 견조한 편
"실거주 의무 집주인은 '자물쇠', 계약갱신 세입자는 '버티기'"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전세 물량이 없다 보니, 매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네요."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국 보유세 지형을 드러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 동북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선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세 물량 증발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동안 노도강에서는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줄어드는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매매가는 실수요와 재건축·대형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하방이 단단히 지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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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1987년 준공된 5층짜리 노후 아파트다.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이며,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선정돼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인근에 최고 35층, 5개 동, 총 996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026.02.26 [사진=김민지 기자]



현장에서는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3월 중순이면 신학기 이사 수요가 지나간 뒤 매물이 시장에 풀리지만, 올해 노도강 지역은 비수기라는 개념이 무색하다는 증언이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는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눌러앉고, 집주인들은 실거주 의무를 채우며 직접 입주하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과거에는 세입자가 나가면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이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됐지만, 지금은 흐름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며 "집주인은 실거주 의무라는 '자물쇠',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버티기' 때문에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기존 전세 계약이 끝나도 최대 2년 동안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주인이 원하지 않아도 세입자가 요청하면 계약을 갱신해야 하므로, 시장에 나와야 할 전세 물량이 사실상 묶이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289건으로 한 달 전(483건)보다 40.6% 급감했다. 도봉구(-29.4%)와 강북구(-32.0%)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동북권 전역의 전세 품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접 성북구 역시 한 달 사이 전세 매물이 21.5% 줄어들었다.

공급이 막히면서 거래도 함께 위축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8531건으로,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동북권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노원구의 지난달 전세 거래량은 794건으로, 전월(1142건) 대비 30.5% 급감하며 작년 초 수준을 밑돌았다. 도봉구는 지난달 거래량이 228건에 그쳐 전월(386건)보다 40.9% 하락했다.

개별 단지를 보면 공급 절벽이 더 선명하다. 이날 기준 중개업소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2646가구) 전세 매물은 단 3건, 상계주공5단지(840가구)는 2건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 수 대비 매물 비중이 0.1% 수준으로 사실상 유통이 차단된 셈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일부 수요가 매수로 전환되면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매매가격에서 확인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2026년 2월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북 14개 구의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145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8억원 선을 돌파한 것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6% 상승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9억원 이하 단지에는 30~40대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현행 가계대출 규제 체계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은 엄격하지만,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문턱이 낮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대출 등 저리의 정부 정책 금융 상품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개편된 정책 자금 지원 대상이 9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되면서, 노도강 지역의 중저가 소형 단지들이 매매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강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도 적지 않다. 노원구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달 11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고,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도 7억원대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장기적인 개발 호재가 매매가 지지와 실거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릉우성아파트 신속통합기획 정비구역 지정, 광운대역세권 개발, GTX-C 노선 착공 등이 대표적이다.

노원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광운대 개발이나 GTX 같은 호재는 당장 가격을 끌어올리기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만든다"며 "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장기적으로 매수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광운대역세권에는 3000가구 규모 주거시설과 호텔,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이전이 예정돼 있어 고용 창출과 생활 인프라 개선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디지털 바이오시티 조성으로 약 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며 "지역 가치 상승 기대가 실거주 수요의 가격 방어 심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북권 수급 왜곡이 장기화할 경우 서민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물량이 희귀한 강북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등 규제가 중첩되면서 공급이 급감했다"며 "집주인의 실입주로 매물이 회수되는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데 공급만 증발하는 구조적 왜곡이 전세 거래 절벽과 가격 상승을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남권은 고가 단지 위주로 보유세 부담은 크지만 전세 수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강북·강남권의 상반된 흐름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이 차이는 확인된다. 3월 둘째 주(9일 기준) 동북권 전세수급지수는 105.5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기준선 100을 넘어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시장에 나오는 족족 매물이 소진되는 상태다. 반면 동남권(강남·서초·송파 등) 전세수급지수는 100.6으로 상대적 여유를 보였다.

이번 공시가격안에 따라 노도강은 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세 매물 부족으로 월세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가 지지와 전세 실종은 규제와 공급 부재가 맞물린 구조적 결과로,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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