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 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도 아시안 패싱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최고의 주제가상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으나, 아시안 크루들에게 수상 소감을 말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제 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후 매기 강 감독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3.16 jyyang@newspim.com |
요지는 '케데헌'의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 이후 공동 연출을 맡은 매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에 이어 제작자인 미셸 웡이 소감을 말하려 하자 퇴장을 재촉하는 음악이 흘라나왔단 점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오스카 또 이러네"라며 그간의 아시안 패싱, 인종 차별 논란의 뿌리를 뽑지 못했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케데헌'의 OST '골든'이 주제가상을 수상한 후에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작곡가이자 가창자인 이재가 10초 정도 수상 소감을 말한 뒤, 한국 작곡진이 소감을 말하려 하자 퇴장을 종용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재가 손을 들어 기다려 달라는 의사를 표시할 정도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곡가 곽중규·이유한·남희동(IDO), 서정훈(24)은 메모에 직접 소감을 준비해갔으나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들은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가족들과 24, 그리고 동료 IDO 멤버들, 테디 형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영광"이라는 소감을 별도로 전했다.
2026년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EJAE, 마크 소넨블릭, 곽중규, 이유한, 남희동, 서정훈이 'K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으로 오스카 최우수 오리지널 송상을 수상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장면으로 보고 X(옛 트위터)를 비롯한 SNS상의 해외 시청자들은 오스카의 유구한 아시안 패싱을 지적하며 'disrespectful(무례한)'이라는 단어를 썼다. 한 X 사용자는 "여론 인식해서 겉으로만 동양인 상 주면 뭐하나. 맨날 말 잘라먹고 쪽 주는 건 변하지 않는데. 작년엔 수상소감만 6분한 백인 배우도 있는데 케데헌 팀 합쳐서 2분도 안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외신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 CNN은 "오스카는 K팝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이었고 시간만 충분히 주어졌다면 더 위대한 장면이 될 수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버라이어티는 이와 관련해 오스카 총괄 프로듀서 밀스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통해 해명 아닌 해명을 전하기도 했다. 밀스는 "내년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수상 소감 진행 방식"이라며 "수상하면 무대에 올라가는데, 한 명일 수도 있고 다섯, 여섯 명일 수도 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 시간을 고려해서 한 명만 지정해서 이야기하게 해야 할까. 아니면 무대 뒤에서 이어 이야기하고 소셜 미디어에 생중계하는 방식은 어떨까.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EJAE, 마크 소넨블릭, 곽중규, 이유한, 남희동, 서정훈이 'K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으로 오스카 최우수 오리지널 송상을 수상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그는 "특히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방해해야 할 때는 더욱 어렵다. 시상식 오찬에서도 수상자들에게 정해진 소감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쉽지 않다.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심사숙고해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은 셈이다.
오스카의 아시안 패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 여우주연상과 남녀조연상 등 7관왕에 올랐을 때도 일부 배우들이 아시안 배우들을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매년 소소하게 반복되는 인종차별적 논란을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에서 주의깊게 다루지 않는다는 불만이 거세게 나오는 이유다.
2026년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테야나 테일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5일 현장에서는 흑인 여성 배우인 테야나 테일러가 밀쳐지는 상황이 포착되며 또 한번 의심의 눈초리를 사기도 했다. 이후 아카데미 측은 성명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외부 보안 업체인 SIS와의 협력으로 발생했지만, 모든 참석자의 경험에 대한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 SIS 측에 이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 테야나의 놀라운 침착함에 감사드리며,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테야나 테일러는 SNS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아카데미 측에 감사를 표했고,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올해 '어쩔수가없다'가 아카데미 최종 후보 입성에 실패하며 한국 영화가 진출하지 못한 것 역시도 주최 측의 냉대와 무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글로벌 영화계에서 뛰어난 작품과 성과를 낸 영화인들을 인종, 국적과 상관없이 제대로 대우하는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위상에 걸맞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글로벌 영화팬들은 봉준호 감독이 과거 언급했듯 아카데미가 북미의 '로컬 시상식'으로 남지 않기 위해선 더 상식적이고 세심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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