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형사소송 개선방안 공청회]
"매년 의사 수백명이 형사소송 부담"
필수과 기피 및 과잉·소극진료 우려
정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위해 의료계와 협력"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대한의료법학회 상임이사)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당 주최로 열린 '의료 민·형사소송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
필수의료진의 법적 책임 부담을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인으로 사법 리스크가 지목된 가운데 경과실에 한해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 이에 따른 비용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무과실 보상제' 도입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대한의료법학회 상임이사)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 민·형사소송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국내 필수의료 환경은 '낮은 의료수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필수의료 공급 유지'로 이뤄진 규제의 트릴레마를 겪고 있다"며 "가격을 공적으로 통제하며 위험은 사적으로 전가하면 이는 반드시 체계 붕괴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가 연구 책임자로 진행한 의료사고 민·형사 소송 조사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20~2024년 연평균 입건된 의사는 735명, 기소 재판 40명, 유죄 판결 20여명 내외다. 민사소송의 경우 2020년 이후 1심 건수는 매년 700~900건, 원고(환자) 청구 인용률은 50%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오르는 조정·중재건수는 연 2000건이다.
서 교수는 "입건 수 대비 실제 재판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매년 의사 수백명이 송치부터 시작해 형사소송 부담을 겪는다"며 "민사소송도 매년 수백 건이 제기되며 환자 승소율이 절반을 넘는다. 결국 필수과 기피와 과잉·소극진료로 이어져 의료 전체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당 주최로 열린 '의료 민·형사소송 개선방안 공청회' 현장. 이날 현장엔 조선의대, 경북의대 등 지방 의과대학생을 비롯해 전국 의대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홍효진 기자 |
의정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 해결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보건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범위를 분만 사고에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로 확대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의사 개인의 사후적 제재에 집중된 현 제도적 관점을 공동체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보험은 의사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한계가 있어, 책임의 개인화에 머무르는 제도 개선책"이라며 "국가나 지자체가 보조 및 특별기금을 통해 환자에게 발생한 민사피해의 일부 또는 전부 보상금을 지급하는 무과실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같은 의료분쟁 특례 확대가 해법은 아니란 의견도 나왔다. 어은경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 간 대립 구도를 깨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도록 논의해야 한다"며 "의료분쟁 특례의 확대가 아닌 환자 안전 중심 체계의 재설계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어 교수는 "'무과실 보상'이란 표현은 자칫 과실을 따진 뒤 과실이 없으면 보상한단 의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며 "환자와 가족의 손실을 신속히 공적으로 보상하고 사건 원인을 학습 가능한 형태로 조사하는 게 핵심이다. '과실 무관 신속 공적 보상'이란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당 주최로 열린 '의료 민·형사소송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
정부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해 의료계와 협력하겠단 입장을 강조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소신 진료와 환자의 충분한 보상 체계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필수의료 사고 책임을 의료인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단 취지에 정부도 공감한다"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의료 환경을 위해 의료계 및 환자단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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