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허브 푸자이라 항구 재차 타격
미·중 정상회담, 이란戰 장기화에 5~6주 연기
미국 내부 균열도…대테러센터 국장 사임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손가락을 들어 취재진을 가리키면서 발언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동맹국들에 군사 참여를 촉구했다가 사실상 이를 거둬들이며, 전통적인 미국 동맹 체계의 균열을 스스로 드러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전쟁 종료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이란의 공격까지 확대되면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보호 작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더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적도 없다”면서 “한국, 일본, 호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아시아 파트너들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지만 반응이 미지근하자 사실상 동맹 참여 요청을 철회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단순한 외교적 신경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서방 안보를 떠받쳐왔지만 정작 중동의 새 전선에서는 동맹들로부터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끌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좋은 시험대’라고 표현한 것도 결국 동맹의 반응을 떠본 뒤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특히 그는 ‘나토와의 동맹 관계를 재고할 것인지’ 묻는 말에 “현재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데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며 관계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황도 녹록지 않다. 당초 백악관은 2월 말 이번 작전을 개시하면서 약 4~5전의 단기전 구상을 밝혔지만 현실은 그보다 길어질 조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와 휘발유 가격, 물류비용을 통해 미국 소비와 물가에 부담을 주는 구조가 더 또렷해지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주요 수출 거점인 UAE 푸자이라 항구를 재차 타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수출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선박에 대한 원유 적재 작업도 일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날에는 드론 공격으로 인해 UAE ‘샤 가스전’에 화재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해협 봉쇄 위협을 넘어 걸프 산유국의 생산·저장·수송 인프라 전반을 겨냥하며,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흔들기 시작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브렌트유 가격이 전일 대비 3.2% 급등한 배럴당 103.42달러에 마감하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96.21달러로 2.9% 오르는 등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656만 배럴 증가했다는 소식에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WTI 가격이 한때 3% 이상 급락하는 등 유가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이란 전쟁은 미·중 정상외교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월 31일~4월 2일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5~6주 뒤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 연기는 대이란 전쟁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반을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 내부의 균열도 심상치 않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란과의 충돌을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간부가 사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서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양심에 거리낌 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할 수는 없다”며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 (hsb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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