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 제재가 잇따라 나오면서 규제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 수준의 의무를 지우면서도 법적 지위와 사업 범위는 제한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빗썸과 업비트에 부과된 과태료 규모가 은행권 사례를 크게 웃돌면서, 같은 AML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제재 강도에는 큰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거래소와 은행의 위반 건수와 영업 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 액수 비교만으로 형평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같은 AML 위반인데”…은행 수억원, 거래소 수백억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6일 빗썸에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이유로 368억원의 과태료를 통지했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부과된 352억원까지 더하면 주요 거래소 2곳에 대한 과태료 규모는 700억원대에 이른다.
은행권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토스뱅크는 고객확인 의무 위반 2464건으로 3억원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iM뱅크도 유사 위반으로 1000만원 수준의 제재를 받았다.
반면 빗썸은 고객확인 의무와 거래제한 의무 위반이 약 659만건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거래소 제재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지만, 단순 금액만으로 은행과 거래소 제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24시간 연중무휴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여서 동일한 시스템 미비가 있을 경우 위반 건수가 짧은 기간에 크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태료 규모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총액뿐 아니라 위반 건수와 시장 구조 차이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사 수준 의무 vs 제한된 권리…‘반쪽짜리 금융사’
논란의 핵심은 높은 규제 강도와 불명확한 법적 지위의 간극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금법상 ‘금융회사 등’에 포함돼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내부통제 등 금융권 수준의 AML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은행법 등 개별 금융업법상 정식 금융회사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어서 업계에서는 “의무는 금융권 수준인데 지위는 여전히 어정쩡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은행 수준의 고객확인 의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지면서도, 법인 실명계좌 개설이나 신용공여,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의 수탁·운용 등 신규 금융 서비스 진출은 사실상 막혀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업계가 스스로를 두고 ‘반쪽짜리 금융사’라고 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업비트는 이에 불복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트래블룰 도입 초기 100만원 미만 거래 규정의 불명확성 등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판결은 오는 4월 9일 나올 예정이다.
가상자산 규제를 둘러싼 혼선의 배경으로는 입법 공백도 꼽힌다. 산업의 법적 정의와 사업자 권리·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지연되면서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예정됐던 당정 협의회가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연기되면서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논의도 멈춰 선 상태다.
입법 과정에서 거론되는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1% 룰’도 변수다. 발행 주체에 은행 지분 51% 이상을 요구하는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의 시장 참여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여전히 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며 “규제의 일관성과 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사업자의 법적 지위와 규율 체계를 명확히 하는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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