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던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미사일 기지들을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로 타격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작전의 하나로 해안에 배치된 이란의 전력을 무력화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7일(현지시간) 엑스에서 “몇 시간 전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해안에 있는 이란의 강화된 미사일 기지들에 5000파운드(약 2.3t)급 지하 관통탄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지들에 배치된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은 호르무즈를 오가는 국제 선박들에 위협이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의 능력을 신속하게 약화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은 수면 위를 스치듯 비행해 탐지를 피하고 이동 중인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특히 짧은 거리에서 발사될 경우 미 군함이 요격하기 쉽지 않아 무인기(드론) 공격, 기뢰 위협과 더불어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란의 순항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일부는 땅속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이날 사용된 벙커버스터는 토양이나 암석, 철근 콘크리트 등을 깊이 관통한 뒤 폭발해 지하에 있는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된 무기다. 미군은 지난해 6월 이란 내 주요 핵시설 3곳을 파괴한 ‘한밤의 망치’ 작전에서도 3만파운드(약 13.6t)급 GBU-57 벙커버스터를 투발한 바 있다. 미군 관계자는 이날 투하한 폭탄은 GBU-72라고 밝혔다. GBU-57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레이저가 아닌 위성항법체계(GPS) 유도 방식이라 눈·비 등 날씨에 상관없이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과 관련해 동맹국들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한 뒤, 호르무즈 해협이 “머지않아”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 생각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해안선을 강하게 타격하고 있다. 사실상 해안과 해상 지역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협이 안전해질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해협의 안전을 확보할 계획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이란도 역내 미국 자산과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라크군은 성명을 내고 “불법 단체들이 오늘 저녁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본부를 공격하는 범죄 행위를 또다시 저질렀다”며 “이 범죄 행위는 이라크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노골적인 테러 공격이다. 가해자들을 추적해 법의 심판과 정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친이란 민병대 연합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은 이날 드론과 미사일 수십발을 이용해 이라크 안팎의 미국 연계 시설 47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전 세계 모든 공관에 외교 전문을 보내 비상행동위원회를 소집하고 보안 태세를 즉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전문에는 “중동 지역에서 이어지는 상황과 그로 인한 파급 효과 가능성”에 따라 이 같은 지시를 내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 중동 지역 공관에 이와 비슷한 경계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국무부가 전 세계 모든 공관에 보안 점검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